아들 집·직장 찾아가 비방·난동 "자살하라" 문자메시지까지 보내
항소심 "아들 인격권·사생활 침해" 어머니는 불복해 대법에 상고
자신이 반대하는 결혼을 했다는 이유로 아들의 집과 직장을 수시로 찾아가 난동을 부리고 폭언을 일삼은 어머니에게 법원이 접근금지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법 민사11부(부장 김용대)는 박모(40)씨가 어머니 정모(72)씨를 상대로 낸 접근금지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정씨에게 아들의 집과 직장을 찾아가지 말고 전화를 걸거나 문자메시지 등을 보내 일상을 방해해선 안되며, 이를 어기면 1회당 50만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정씨는 자신의 반대에도 아들이 2010년 12월 아내와 결혼한 뒤부터 아들의 집과 직장을 틈만 나면 찾아가 소란을 피웠다. 아들을 헐뜯는 벽보를 아들이 사는 아파트 현관과 승강기에 붙이고, 아파트 현관문을 부수기도 했다. 아들이 일하는 서울 유명 사립대의 총장과 이사장에게 아들을 징계나 파면하도록 요구하는 탄원서를 수 차례 보냈으며, 학교 정문에서 아들을 비방하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까지 했다. 아들 부부를 비방하거나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을 권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참다 못한 아들은 2011년 정씨를 상대로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모자의 법정 다툼은 끝나지 않았다. 대법원에서도 아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정씨는 물러서지 않고 본안 소송을 요구했고 1심 재판부는 뜻밖에도 정씨의 손을 들어줬다.
가처분 사건과 달리 민사상 본안 소송은 금전 피해에 대한 구제를 주로 판단하는 것으로, 신체의 자유나 권리를 강제로 규제할 만한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정씨에게 금전배상을 명하는 것만으로는 박씨의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규제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박씨는 헌법상 보장된 원고의 인격권과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는 정씨의 불법행위로부터 사전예방적 구제수단으로 피고의 접근금지를 구할 권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 관계자는 “대부분의 접근금지 신청 사건은 가처분 단계에서 종료돼 본안 소송까지 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접근금지에 대한 민법상 규정이 구체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다른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씨는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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