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와 야수' '썸남썸녀' 등 짝 찾기 프로그램 봇물
케이블ㆍ종편 인기로 지상파도 시동
"거짓말ㆍ홍보 일삼으면 시청자 외면할 가능성"
지난 주말 얼굴에 특수분장을 한 남녀가 경기 과천의 서울대공원에 나타났다. 태연하게 놀이기구를 타고 데이트를 즐기는 모습이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섬뜩하기도 했다. 왜 굳이 얼굴을 숨긴 채 데이트를 즐기는 것일까.
이 의문의 남녀는 오는 26일 첫 방송하는 짝을 찾는 예능 프로그램 KBS2 ‘마녀와 야수’다. 제작진은 예쁘고 아름다운 화면을 추구하지 않는다. 괴기스러울 정도로 추악한 모습의 특수분장은 그만큼 내면의 깊이를 더 잘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진정한 짝을 찾기 위해 추한 얼굴까지 내세워야 하는 게 이 프로그램의 포인트다.
이처럼 방송사들은‘짝’을 찾는 프로그램들을 대거 편성했다. SBS ‘짝’(2011~2014)을 연상케 하는 일반인들의 짝 찾기 프로그램 ‘마녀와 야수’를 비롯해 연예인들을 내세운 SBS ‘썸남썸녀’(2월17일 방송), MBC에브리원 ‘천생연분 리턴즈’(2월24일 방송), 외국인들이 주인공인 SBS플러스 ‘글로벌 연애의 정석 99’(2월18일 방송) 등 다양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준비 중이다.
‘마녀와 야수’는 여자 1명에 남자 6명이나 남자 1명에 여자 6명이 아예 처음부터 분장을 한 채 만나 선택을 한 뒤에야 서로의 얼굴과 직업 등을 공개하는 형식이다. ‘마녀와 야수’의 한호섭 PD는 “외모나 스펙을 아예 제외하고 서로를 보자는 의도”라며 “‘짝’처럼 밀폐된 장소도 아니고 분장을 한 채 자유롭게 데이트를 즐기는 모습도 재미를 주는 포인트”라고 밝혔다.
‘썸남썸녀’는 그야말로 ‘짝’의 연예인 버전이다. 김정난, 채정안, 김지훈, 심형탁 등 연예인 9명이 세 팀으로 나뉘어 한 집에서 동고동락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한 공간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솔직한 감정 표현 등이 나올 법하지만 연예인들이기에 얼마나 진정성 있는 그림을 그리는가는 숙제다. ‘천생연분 리턴즈’는 지난 2002년 강호동이 진행해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던 ‘강호동의 천생연분’의 리메이크 버전으로, 대부분 아이돌스타들이 대거 출연해 녹화를 마쳤다.
갑자기 짝 짓기 프로그램이 홍수를 이룬 이유는 무엇일까. 대중문화평론가 하재근씨는 “JTBC ‘마녀사냥’ 등으로 최근 몇 년간 케이블과 종편에서 연애코드를 내세운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었는데, 남녀 사이의 연애코드가 방송 시장에서 먹힌다는 판단 하에 지상파도 슬슬 시동을 건 듯하다”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이런 프로그램들의 무분별한 경쟁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그는 “비슷한 시기에 시작하는 프로그램들이라 경쟁을 하다 보면 사생활이나 감정표현 등에 있어서 자극적이고 자위적인 쪽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며 “전체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신뢰가 깨져 공멸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마녀와 야수’는 일반인이 출연하는 만큼 ‘짝’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짝’의 경우 회사를 홍보하거나 자신의 경력을 속여 출연한 참가자들 때문에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았었다. 하재근씨는 “여과되지 않은 출연자들이 나오면 프로그램의 순수성이 침해되고 진정성이 훼손돼 시청자들에게 또 다시 실망을 안겨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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