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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입찰시스템 조작해 134억 챙겼는데… 10년간 까맣게 모른 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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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입찰시스템 조작해 134억 챙겼는데… 10년간 까맣게 모른 한전

입력
2015.02.16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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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업자에 예상 낙찰가격 제공, 용역업체 직원 등 6명 구속 기소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 됐다. 한국전력공사 자회사인 한전KDN의 전자입찰시스템 유지ㆍ보수 업무를 맡은 외부 용역업체 직원 등이 입찰정보를 조작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특정업체에게 전기공사를 몰아주고 뒷돈을 챙겨온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이들은 10년간 이 같은 범행 수법을 대물림하며 업자들로부터 134억원을 뇌물로 받아 챙겼지만 한전 측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2005년 1월 한전KDN에 파견 근무를 하던 서울의 한 전산관리용역업체 직원 박모(40)씨는 한전 입찰시스템 서버를 외부에서도 마음대로 접속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로 마음 먹었다. 한전 KDN 측의 관리감독이 허술해 서버 접속 권한이 있는 자신이 얼마든지 입찰정보를 주무를 수 있고, 조작된 정보로 수주전쟁이 치열한 전기공사업계에서 뒷거래를 하면 떼돈을 벌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박씨는 수개월 끝에 외부 인터넷망을 통해 입찰시스템에 접속이 가능하고, 낙찰 최적가도 뽑아내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 외부 접속이 가능한지 예행연습까지 마친 박씨는 같은 해 9월부터 불법 낙찰자 모집에 들어갔다. 지인 중 전기공사업을 하던 주모(40)씨 등 2명을 모집책으로 앉힌 박씨는 “예상 낙찰가격을 미리 알려줄 테니 공사대금의 1~10%를 커미션으로 달라”며 공사업자들로부터 뒷돈을 받아 챙겼다. 전기공사의 경우 규모가 크고 마진율도 높아 한번 공사를 수주하면 안정적 수입이 가능해 업자들이 사활을 걸고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자신이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예상 낙찰가격을 조작하기도 했고, 파견 근무 기간이 끝난 뒤엔 지인을 후임자로 앉힌 뒤 범행수법을 대물림했다. 박씨와 후임자 3명, 모집책 등이 이런 방법으로 지난해 11월까지 83개 업체(133건 입찰ㆍ계약금액 2,709억원)로부터 받아 챙긴 뒷돈은 134억원에 달했다. 박씨는 회사를 그만 둔 뒤에는 직접 전기공사업체를 세운 뒤 입찰에 참여해 공사를 따내기도 했다.

광주지검 특수부(부장 김종범)은 16일 박씨 등 전ㆍ현직 한전KDN 용역업체 직원 4명과 주씨 등 모집책 2명을 사기와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입찰방해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한전은 입찰시스템 관리를 위해 한전KDN을 자회사로 설립해 유지ㆍ보수 업무를 위탁했고 한전KDN으로 파견된 업체 직원들은 아무 제한 없이 한전 입찰시스템에 접근, 조작할 수 있었다”며 “이 과정에서 한전과 한전KDN 직원들이 연루돼 있는지 여부 등에 대해 수사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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