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명문대 총장들이 잇따라 교체되고 있다. 중국이 대학 등에 대한 사상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일어나는 일이어서 주목된다.
베이징(北京)대는 15일 간부 회의를 열고 제27대 신임 총장에 린젠화(林建華) 저장(浙江)대 총장을 선임했다고 중국 신경보(新京報)가 전했다. 이에 따라 2013년 3월 총장직에 오른 왕언거(王恩哥) 전 총장은 임기를 2년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1927년 이후 베이징대 총장이 2년도 안돼 교체되긴 처음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28일에는 천지닝(陳吉寧) 칭화(淸華)대 총장도 환경보호부로 자리를 옮겼다. 또 천스이(陳十一) 베이징대 부총장도 난팡(南方)과기대 총장으로, 뤄쥔런(羅俊任) 화중(華中)과기대 부총장도 중산(中山)대 총장으로 최근 임명됐다. 허우젠궈(候建國) 중국과기대 총장은 과기부 부부장으로, 팡광화(方光華) 시베이(西北)대 총장은 시안시 부시장으로 전보됐다.
지난해 11월엔 상하이(上海) 푸단(復旦)대 총장이 돌연 경질된 바 있다.
이는 정기적인 인사 이동으로 볼 수도 있지만 최근 당국의 대학 사상 통제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위안구이런(袁貴仁) 중국 교육부장은 지난달 말 대학 총장 등 관계자를 모아 놓고 서방 가치관을 전파하는 교재를 대학에서 사용하지 못하게 하라며 사상 통제를 주문한 바 있다. 그는 ‘새로운 정세 아래 대학 선전 사상 공작을 강화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주제로 한 좌담회에서 “대학 교수와 강사들이 강의 중 불평이나 원망을 늘어 놓는 등 각종 불량한 정서를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것도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신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행한 일련의 강연과 그 정신이 교재와 교실과 학생들의 머리 속으로 들어가게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허웨이팡(賀衛方) 베이징대 교수와 판중신(范忠信) 항저우(杭州)사범대 교수 등 지식인들은 웨이보(微博ㆍ중국판 트위터)에 비판 글을 올리는 등 반발하고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