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벌어진 연쇄 테러의 표적이었으나, 목숨을 건진 스웨덴 출신 만화가 라르스 빌크스(68)는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소재로 만평을 그려 테러 위협을 받아온 인물이다. 그는 2007년 이슬람권이 종교의 자유를 ‘자기 검열’하는 것을 풍자하고자 무함마드의 머리에 개의 몸을 붙인 스케치 그림을 그려 유명세를 탔다. 이 만평은 당시 지역 예술 전시회에 출품될 예정이었으나 이 그림에 반발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위협을 가하면서 전시회 자체가 취소됐다. 이후 이 만평이 2007년 8월 스웨덴의 지역신문 '네리케스 알레한다'에 실리면서 이슬람 교도들의 항의 시위가 벌어지는 등 또다시 거센 반발이 일었다. 그 해 한 알카에다 연계단체가 빌크스 살해에 10만달러(1억원)의 포상금을 내걸었고 2010년 5월에는 스웨덴 국적인 코소보 출신의 형제가 집에 화염병 공격을 가하는 등 빌크스는 숱한 살해 위협에 시달렸다.
그런 전력 때문에 예멘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가 2년 전 ‘공개수배’ 명단에 올렸던 11명 중에 그가 포함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AQAP는 2013년 3월 발간한 영문 홍보잡지 ‘인스파이어’ 10호에서 빌크스를 “이슬람을 거역하는 범죄자로, 생포하거나 죽여도 된다”며 공개 수배한다고 밝혔다. 당시 AQAP명단에 오른 예술가 및 언론인, 시민운동가 11명 중엔 빌크스 외에도 지난달 파리 연쇄 테러로 숨진 풍자 만평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의 편집장 스테판 샤르보니에도 포함됐다. 연쇄 테러 후 AQAP는 파리 테러를 직접 기획하고 테러범 쿠아치 형제에게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 명단에 포함된 인물 중 2명이 한달 사이에 테러의 표적이 된 셈이다.
두 사건의 관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샤르보니에를 공개적으로 살해하겠다고 위협한 AQAP가 실제 파리 테러의 배후를 자처한 만큼 이번 코펜하겐 테러도 이들과 연관됐을 개연성이 대두된다. 특히 코펜하겐에서 벌어진 테러가 파리에서처럼 총격에 숙련된 범인이 테러를 가한 뒤 계획적으로 도주하는 알카에다의 전형적 기습 테러 수법을 동원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빌크스는 최근 신변의 위협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빌크스는 지난달 샤르보니에가 테러를 당한 이후 자신에 대한 경호를 강화해 줄 것을 덴마크 당국에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는 “경찰의 경호 없이는 어디도 갈 수 없다”고 토로했고 이날 총격 사건 이후에는 “내가 이번 총격의 표적이었던 것 같다”고 AP통신에 말했다.
한편 AQAP의 살해대상 명단에는 ‘악마의 시’로 널리 알려진 영국 작가 살만 루시디, 2010년 코란을 태운 미국 목사 테리 존스, 예언자 무함마드를 만화로 그린 덴마크 만평가 쿠르트 베스터고르, ‘무함마드 그리는 날’을 주장한 미국 만화가 몰리 노리스 등이 포함돼 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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