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별 세계선수권 500m서 5위
스피드 뚝뚝… 7년 만에 입상 실패
무릎 통증·체력 관리 실패 가능성
‘빙속 여제’ 이상화(26)는 3박자를 두루 갖춘 단거리 스케이터다. 스타트, 코너링, 막판 스퍼트까지 나무랄 데가 없다. 2010 밴쿠버 대회와 2014 소치 대회에서 한국 빙속 사상 처음으로 단일 종목 올림픽 2연패에 성공한 선수다.
그는 2013년 세계신기록을 4차례나 갈아치워 ‘기록 제조기’로도 불렸다. 100m(10초09), 100m~500m 랩타임(26초26), 500m(36초36)기록 모두 자신의 발 아래에 두었다. 이상화 등장 이전까지 36초94에 머물러 있던 여자 500m 세계기록은 무려 0.58초가 단축됐다.
하지만 새해 들어 이상화의 독주에 제동이 걸렸다. 이상화는 15일 네덜란드 헤이렌베인에서 열린 201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500m에서 1,2차 레이스 합계 76초004의 기록으로 5위에 머물렀다. 1차 레이스 기록 38초104(5위), 2차 레이스는 37초900(4위)이었다. 이로써 2012∼13년에 이어 대회 3연패에 도전한 이상화는 헤더 리처드슨(미국ㆍ75초333)은 물론 한 수 아래로 평가 받던 브리트니 보(미국ㆍ75초785), 고다이라 나오(일본ㆍ75초893)에도 밀렸다. 이상화가 세계선수권대회 시상대에 오르지 못한 것은 2008년 이후 7년 만이다.
이상화는 올 시즌 월드컵 시리즈 10차례 레이스를 펼쳐 6차례 금메달을 획득했다. 랭킹 포인트에서 1위를 달리고 있어, 여전히 이 종목 최강자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시즌 막바지 들어 경쟁자들의 선전에 흔들리는 모양새다. 이달 열린 6차 월드컵 1차 레이스에서 5위에 머물렀고 일주일 뒤 치른 세계선수권에서도 이름값을 못했다.
부진의 이유는 컨디션 저하다. 이상화는 왼 무릎 통증에도 소치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이 끝난 뒤에는 수술 기로에 섰지만 재활을 통해 시즌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통증 때문에 이번 대회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한다. 더군다나 4차 월드컵을 마치고서는 심한 감기 몸살까지 앓아 체력 관리에 실패했을 가능성도 크다.
실제 막판 스퍼트가 실종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상화는 인코스에서 출발한 1차 레이스에서 전체 출전 선수 가운데 두 번째로 빠른 10초38만에 첫 100m 구간을 통과했다. 함께 레이스를 펼친 마르호트 보어(네덜란드ㆍ10초703)보다 한 참 빨랐다. 하지만 코너를 돌면서 스피드가 뚝 떨어졌고 기대했던 막판 스피드는 없었다. 이상화는 자신이 선호하는 아웃코스에서 뛴 2차 레이스에서도 두 번째로 빠른 10초314의 100m 랩타임 기록을 찍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이상화는 경기 후 별다른 얘기 없이 아이스링크를 빠져 나갔다. 김용수 대표팀 코치가 대신 “피로가 누적돼 체력적인 문제에 라이벌들이 분전하면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이 나왔다”고 분석하며 “문제가 되는 모든 부분을 다시 한번 점검하겠다”라고 말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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