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55) SK그룹 회장 등 수감 중인 주요 대기업 경영진이 3ㆍ1절 특별가석방 심사 명단에서도 제외됐다. 지난해 말 여권에서 기업인 가석방 논의가 제기된 뒤 역풍을 맞은데다 아직 통상적인 형기 기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석가탄신일, 광복절 가석방과 정기 가석방 일정이 있지만 교정당국이 쉽사리 결정을 내릴지 예단이 어려워 보인다.
15일 법무부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52) SK그룹 부회장, 구본상(45) 전 LIG넥스원 부회장은 16일 오후 열릴 3·1절 특별가석방 심사대상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여권 일각에서 지난해 말 경제활성화를 이유로 ‘기업인 가석방’필요성을 제기했지만, 주요 기업인들이 당시 형기의 절반도 채우지 않아 비판이 제기됐다. 가석방은 형기의 3분의 1을 마친 모범 수형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법무부는 통상 형기의 70∼80% 이상을 채운 수형자에 대해 가석방을 허가해 왔다. 수감 기업인들은 형식적으로는 심사요건을 갖췄지만 관행상 대상이 아닌 것이다. 정의당 서기호 의원이 법무부에서 받은 가석방자의 형 집행률 현황 자료를 보면, 2007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형기의 50% 미만을 채운 상태로 가석방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가석방된 이들의 99% 이상은 형기의 70% 이상을 채웠다.
최태원 회장은 2013년 1월 횡령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2월 징역 4년 형이 확정돼 수감 생활 746일째를 보내고 있다. 276일을 더 지내야 형기의 70% 이상을 채우게 된다. 올해 말에야 가석방 가능성이 논의 될 수 있는 셈이다.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도 징역 3년6월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2012년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혐의로 구속된 구본상 부회장은 징역 4년을 확정 받고 838일째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184일을 더 지내면 형기의 70%를 채우기 때문에 그 역시 올해 하반기가 돼야 가석방 논의가 가능하다.
그러나 형기의 80% 이상을 채우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면 주요 기업인 가석방 논의는 더욱 늦춰질 전망이다.
가석방 대상자는 법무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하고 4∼8명의 위원이 참여하는 가석방심사위원회에서 정한다. 법무부가 1년에 11차례 정도 교도소장의 신청에 따라 심사대상자를 적격, 부적격 등으로 분류해 명단을 올리면 위원회에서 나이, 범죄동기, 건강 등을 고려해 가석방 여부를 심사한다. 위원회는 심사 결과를 법무부 장관에게 권고하고, 최종 결정은 장관이 내린다.
이번 3ㆍ1절 가석방 심사명단에는 피의자와 성관계 및 유사 성행위를 한 혐의(뇌물수수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기소돼 징역 2년을 선고 받은 전모(34) 전 검사가 포함됐다. 법무부는 전씨를 부적격 대상으로 분류한 것으로 전해져 가석방 성사는 어려울 전망이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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