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이나 기업이 관리하기 어려운 게 바로 평판이다. 연기력과 흥행 여부, 환율과 금리 등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비판여론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생겨 얼마나 나빠질지 종잡을 수 없다.
배우 이병헌(45)과 대한항공 조현아(41) 전 부사장은 평판 관리에 실패한 대명사로 떠올랐다. 음담패설 동영상의 장본인 이병헌은 지난해 8월 자신을 협박한 여성을 신고했고, 땅콩 회항의 장본인 조 전 부사장은 항공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를 당했다. 이병헌은 재판에서 이겼고 조 전 부사장은 재판에서 졌다. 하지만 연예인과 기업인으로서 얼굴을 들기 어려울 정도로 창피를 당했다.
평판 관리의 첫걸음은 위기 인식과 초기 대응이다. 이병헌은 재판이 진행되면 유부남이 처녀에게 집적거렸다는 구설에 오르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을까? 조 전 부사장은 정말 자신이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했을까? 당사자는 위험 요소를 파악하지 못했고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와 대한항공도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예상대로 현행범으로 체포된 모델이 성관계 제의를 주장했고 대한항공 박창진 사무장도 재판에서 자초지종을 밝혔다. 이병헌과 조 전 부사장은 비난 여론이 쏟아지자 그제야 고개를 숙였다. 재판 과정에서 유부남이었던 이병헌이 스무살 어린 모델에게 성적인 접촉을 시도했고 조 전 부사장은 부하직원에게 욕설에 폭행까지 행사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병헌은 13일 법원에 피고를 처벌하길 바라지 않는다는 문서(피해자처벌불원의견서)를 제출했다.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도 “이병헌이 본인의 잘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처는 없다고 큰소리치던 지난해와는 달라졌다. 결국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고 있는 셈이다.
이상준기자 jun@hksp.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