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가 설 연휴 손님 맞이에 분주하다. 닷새간 이어지는 상반기 최대의 대목을 맞아 다종다양한 영화들이 극장가에 쏟아져 나온다. 연휴 시즌의 단골 레퍼토리인 코미디부터 이색 예술영화까지 취향에 맞게 골라볼 수 있다.
웃고 웃고 또 웃자
설 연휴엔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코미디 영화가 제격이다. 김명민 오달수 주연의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은 외딴 섬에서 유배 생활을 하던 명탐정 김민(김명민)과 파트너 서필(오달수)이 불량은괴 유통사건을 은밀히 수사하는 내용이다. 1편에 비해 한층 엉큼하고 능청스러워진 두 주연배우의 코믹 연기만으로도 2시간이 즐거운 영화다.
한국에 선비 탐정이 있다면 영국엔 신사 스파이가 있다.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는 점잖은 폭력과 위악적인 유머, 만화적 상상력이 시끌벅적한 난장판을 만드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괴짜 코미디 영화. 코믹 첩보 액션영화의 새로운 탄생을 목격하고 싶은 관객이라면 놓쳐선 안 될 작품이다.
‘모데카이’는 복원 도중 사라진 화가 고야의 명작 ‘웰링턴의 공작부인’을 찾아 나선 천재 사기꾼의 이야기다. 조니 뎁, 기네스 팰트로, 이완 맥그리거 등 출연진이 화려하다. 홍상수 감독 옆에서 오랫동안 조감독 생활을 한 이광국 감독의 두 번째 영화 ‘꿈보다 해몽’은 독특한 코미디 예술영화다. 시치미 뚝 떼고 꿈과 현실을 뒤섞는 화법이 신선하다. 유준상 신동미 김강현 등이 출연한다.
아카데미 후보작에서 예술영화까지
대중성과 예술성을 고루 갖춘 영화를 찾는 관객이라면 ‘이미테이션 게임’을 놓쳐선 안 된다. 아카데미 8개 부문 후보작인 이 영화는 독일군의 암호를 해독해 연합군의 2차 세계대전 승리에 큰 기여를 한 영국의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의 삶을 감동적으로 그린다. 영국 드라마 ‘셜록’으로 유명한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연기가 압권이다. 올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작인 폴란드의 예술영화 ‘이다’는 흑백 화면으로 역사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1960년대의 삶을 조명한다. 유사한 역사를 지닌 우리에게 감정적으로 더 큰 울림을 줄 수 있는 영화다.
프랑스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의 두 감독 올리비에르 나가체와 에릭 토레나도는 ‘웰컴, 삼바’에서 다시 한 번 인종과 계급을 초월한 우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번엔 불법이민자인 흑인 남성과 자원봉사자인 백인 여성이 주인공이다.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동명 만화를 극화한 일본 영화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은 침샘을 자극하는 이색 ‘먹방’ 영화다. 시골에서 혼자 사는 여성이 계절의 변화에 따라 직접 논밭을 가꾸며 여러 음식을 요리하는 게 전부인 작품인데 그 안에 담긴 미묘한 감정 변화와 과거의 기억, 소소한 일상이 담백한 즐거움을 준다.
아이들과 함께 보는 애니메이션
설 연휴 극장가는 어린이들의 천국이기도 하다. 올해는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보기 좋은 애니메이션 영화들이 많다. 매년 이어지는 ‘명탐정 코난: 코난 실종사건-사상 최악의 이틀’과 ‘도라에몽: 스탠 바이 미’는 성인 관객도 즐겨 본다. 특히 ‘도라에몽’은 원작자 후지코 F 후지오의 탄생 80주년을 기념해 만든 첫 3D 애니메이션이라 골수 팬들의 관심을 모은다.
‘오즈의 마법사: 돌아온 도로시’는 서쪽 마녀를 물리치고 캔자스로 돌아간 도로시가 어떻게 지냈을까 하는 궁금증에서 출발한 작품. 원작자 라이먼 프랭크 바움의 증손자인 로저 스탠튼 바움이 쓴 ‘도로시 오브 오즈’를 뮤지컬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 11년 만에 영화로 부활한 ‘스폰지밥3D’ 역시 온 가족이 함께 볼 만한 작품이다. 바닷속 비키니 시티의 인기 메뉴 게살 버거 레시피를 찾기 위해 인간 세상에 상륙한 스폰지밥과 친구들의 모험을 그린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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