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의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에 대한 이슬람 극단세력의 테러 이후 한 달여 만에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몇 시간 간격으로 비슷한 테러가 잇따라 터져 최소 2명이 숨지는 비극적 사건이 다시 발생했다.
14일 오후 코펜하겐의 문화센터에서 신성모독과 표현의 자유를 주제로 한 행사가 진행되던 중 괴한이 센터 밖에서 자동소총을 난사해 한 명이 숨지고 경찰 3명이 다쳤다. 이어 15일 새벽에는 유대교회당 인근에서 50대 남성이 머리에 총을 맞아 숨졌다. 두 사건 모두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문화행사에서는 이슬람의 예언자 무함마드를 풍자해 수 차례 살해위협에 시달렸던 스웨덴 출신의 예술가가 주요 연사로 참석 중이어서 그를 표적으로 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강하다. 이 예술가는 무함마드에 대한 형상화를 엄격히 금지하는 이슬람 교리에도 불구하고 무함마드의 머리를 개의 몸에 붙인 그림을 그리는 등 무함마드를 비하하는 만평을 그려왔다.
한 달 전 샤를리 에브도 테러와 그 직후의 연쇄 테러로 무려 17명이 사망한 충격파가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또 다시 이런 사건이 일어난 데 대해 충격과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폭력적 방법으로 정치ㆍ종교적 주장을 관철하려는 시도는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 그러나 샤를리 에브도 사건을 계기로 ‘표현의 자유’가 절대적 권리가 될 수 없다는 자성이 일고 있는데도, 유럽의 기독교 백인 주류사회가 여전히 이슬람에 대한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문제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달 이후 이슬람권 전역에서 항의시위가 들불처럼 번지는 상황에서도 ‘표현의 자유’만을 내세워 타 종교와 민족을 조롱하고 배척하는 자세를 고집한 결과다.
이대로 가다가는 새뮤얼 헌팅턴의 주장처럼 이슬람과 기독교 사이의 문명충돌 양상으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렇잖아도 지금 전세계는 수니파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IS)의 만행에 공분하고 있고, 이 때문에 무고한 무슬림들이 서구인의 증오범죄 표적이 되는 사건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10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인근 주택가에서 40대 백인이 20대 무슬림 대학생 3명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것이 한 예다. 미국 당국은 이 사건을 주차문제를 둘러싼 언쟁에서 비롯된 사건으로 축소 수사하려는 태도로 비난을 산 바 있다.
덴마크 총리는 이번 사건에 대해 “정치적 암살시도이자 테러”라는 성명을 냈고, 프랑스 대통령실은 “우리는 오늘 밤 모두 덴마크인”이라는 연대감을 표시했다. 유럽 각국의 이런 성명은 샤를리 에브도 테러 이후 나온 반응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테러에 대한 규탄도 필요하지만 관용과 배려를 촉구하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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