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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의 얼기설기] 과학기술계의 청문회

입력
2015.02.15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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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 불신 엄청난 사회적 비효율

막으려면 윤리의식 높아져야 하는데

성희롱 검증까지 불거지니 난망할 뿐

설을 앞둔 지난 몇 주간 총리후보 지명과 인사청문회가 세간의 화제다. 앞으로 진행이 어찌 되건 연휴 기간 동안 모여 앉은 이들에게 좋은 이야기 거리를 제공해 줄 것이다. 인사청문회는 매번 검증 대상인 후보만 바뀔 뿐, 주요 소재는 거의 동일하다. 부동산 투기 의혹, 병역 기피 의혹, 그리고 후보가 교수 출신이라면 빠지지 않고 논문 표절 의혹이 등장한다. 비단 논문 표절뿐 아니라 논문 대필, 남의 논문 가로채기 등의 연구윤리 부정 행위가 여러 인사 검증 과정에서 많이 발견된다.

아직 인사청문회에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연구윤리 부정의 왕중왕은 논문 조작이다. 연구자의 양심을 파는 논문 조작의 이면에는 치열한 경쟁 속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이 있다. 대중들의 과학에 대한 상대적인 무관심과 전문성 부족을 활용하여 눈속임이 가능하다는 환경이 더욱 검은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결과를 조작하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용서받을 수 없는 부정행위다.

연구자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없다면 연구개발 현장에는 엄청난 혼란과 비효율이 발생한다. 논문 등의 연구성과를 모두 검증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금전적 노력이 필요하다. 과학기술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최초의 이론과 제품을 내놓는다. 그래서 거짓말을 검증하는데 어느 정도의 노력이 필요할지 가늠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비효율을 피하기 위해 과학기술계는 연구자가 발표한 결과가 조작일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후속연구나 제품 개발을 진행한다. 그러니 연구자의 논문조작은 엄청난 사회적 손실을 불러오게 되고, 따라서 용서해서는 안 되는 사회적 범죄다.

이웃나라 일본의 자랑이자 세계 최고 수준의 기초과학연구소인 일본 이화학연구소 (RIKEN)에서 지난 일년간 이런 검증 작업이 있었다. 30대 젊은 여성과학자가 지난해 1월 ‘네이처’지에 발표한 논문의 조작 여부 조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공식 결과 발표가 이번에 나왔을 뿐, 논문 조작이 다른 학자들에 의해 밝혀진 건 오래 되었다. 이 과정에서 참여 연구원 중 한 명이 목숨을 버리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10여년 전 한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그 때나 지금이나 대중이 가지는 의문 중 하나가 세계적인 학술지가 왜 사전에 조작된 논문을 걸러내지 못했나 하는 것이다. 학술지는 연구자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실험과정에 대한 진실성을 의심하지 않는다. 대신 이에 대한 검증을 이후 학계의 재현 실험과 후속 연구에 맡기고 있다. 즉 논문 발표만으로 학계의 인정을 받았다고 봐서는 안 된다. 하나의 사안에 대해 서로 반대되는 관점과 주장의 논문이 앞다투어 발표되며 학계의 토론을 이끌어 나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인사청문회보다 더 오랜 기간 논문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해야 제대로 된 성과로 인정받는다.

대부분의 논문 검증은 학계 자율로 진행된다. 논문청문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연구자 스스로 철회하거나 조용히 잊혀지는 논문들이 많다. 물론 청문회를 최종통과하지 못한 논문이라 하더라도 기여나 의미가 없는 건 아니다. 건전한 토론 과정 없이 학문의 발전은 없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이론이 등장해 기존의 과학기술 지식이 통째로 폐기된 경우도 많다.

아직까진 학계의 자정작용이 훌륭하게 작동하고 있다. 하지만 먼저 해야 할 것은 연구자 스스로의 윤리와 직업의식이다. 연구개발 현장에서 토로하는 어려움 중 하나가 수많은 보고서와 연구비 관리 등의 행정 절차다. 이로 인해 잃어버리는 시간이 상당하고 결국 연구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게 된다. 소수의 부적절한 연구비 집행으로 인한 불신이 만들어낸 비효율이다.

정치권의 인사청문회 역시 정책 검증보다는 윤리와 직업의식 부족에 따른 부적절한 처신을 걸러내는데 집중한다. 이로 인해 치르고 있는 사회적 비용이 상당한 건 여러 모로 아쉬운 점이 많다. 그런데 앞으로도 이런 손실이 줄어들기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다. 최근의 언론 보도를 보면 교수 출신 후보 검증에 제자 성희롱도 추가될 것이 확실해 보이기 때문이다.

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ㆍ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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