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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젖은 자는 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말은 네덜란드 속담이다. 상황에 따라 저 말은, 도전과 용기를 북돋우는 의미로도 쓰이고 범죄 같은 불의를 경계하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하지만 사뭇 멀어 보이는 저 두 용례가 실은 금기와 쾌락의 경계에서 하나였다가 둘로 분기(分岐)했을 것이다. 그래서 일단 비에 젖게 되면 비를 즐기게도 되는데, 거리낌 없는 해방감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 ‘이왕 버린 몸!’이라는 한국식 관용어(?)에 밴 홀가분함이 그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14일 브라질 해안도시 파라티의 진흙축제(Bloco da Lama)에 참가한 이들이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다. 1986년 한 젊은 무리가 뻘에서 논 뒤 씻지 않고 돌아다녔더니 아무도 못 알아보는 상황이 재미있어 시작됐다는 설명. 저 축제의 매력은 단순한 가면축제를 넘어 가면을 쓰는 행위에서부터 해방감을 느끼는 데 있을 것이다.
참가자들은 저렇게 온몸을 뻘로 휘갑한 뒤 시내를 쏘다니기도 하는데, 벽이나 불참자의 옷을 더럽히지만 않으면 뭔 짓을 해도 된다는 룰이 있다고 한다.
최윤필기자 proose@hk.co.kr 파라티=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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