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소득이 가계로 이전 안 돼, 전월세 상승 등 불확실성 증대도
모든 세대에 소비 심리 위축시켜 내수 경기 부진 악순환 우려 고조
지난해 가계의 소비심리 악화의 1차적인 주범은 가계소득 정체다. 지난해 월평균 가계 소득(430만2,000원)은 2013년보다 3.4%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소비자물가 상승률(1.3%)를 제외한 실질 증가율은 2.1%에 그쳤다. 이 같은 소득 증가율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전망치인 3.4%보다 1.3%포인트 낮다. 선진국에서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과 민간소비 증가율이 거의 비슷한 것이 일반적인데,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민간소비 증가율이 GDP보다 1%포인트 정도 항상 낮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기업에서 벌어들인 소득이 가계로 이전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다.
경제규모가 커지는 것에 비해 가계소득 증가율이 미미하다 보니 가계가 지갑을 닫을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 회복세 둔화 우려가 확산되면서 소비 둔화를 부채질했다. 가계 소비지출 증가율은 작년 1분기 4.4%, 2분기 3.1%, 3분기 3.3%로 3~4%대를 이어가다 4분기에 0%대(0.9%)로 주저앉았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증대도 소비 심리 위축의 또 다른 주범이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인구 고령화가 갈수록 확대되면서 미래를 위해 돈을 쌓아두자는 보수적인 심리가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소비를 가장 많이 하는 50대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앞두면서 노후 불안이 커져 소비를 줄였고, 전월세 값 상승으로 주거 불안도 커지면서 전체 세대가 소비지출 대신 돈을 쌓아두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소득 증가가 미미함에도 불구하고 가계가 쌓아두는 돈은 점점 불어나는 추세다. 전체 소득에서 소비지출과 비(非)소비지출을 제외한 흑자액은 월 평균 94만6,800원으로 2013년(900만2,000원)보다 5.2% 늘어난 역대 최고 규모다. 흑자율(소득 대비 흑자액)도 27.1%로 역시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흑자이긴 하지만 소득 증대보다는 소비 침체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은 ‘불황형 흑자’인 셈이다.
소득 분위 별로는 1분위(하위 20%)의 평균 소비성향 감소폭(-7.8%포인트)이 가장 컸다. 5분위(상위 20%)는 0.4%포인트 증가했다. 저소득층의 소득 증가율(5.6%)이 다른 분위보다 높은 점이 영향을 줬지만 무엇보다 저소득층일수록 경기 둔화의 찬바람에 더 많이 노출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소비심리 위축이 소비 저하→내수 경기 위축→소비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비화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수출마저 부진 징후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총수요 부족에 따른 경기 불황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이유다. 정부가 우려하는 것도 이 지점이다. 주환욱 기획재정부 정책기획과장은 “경제활력을 높이고 서민생활 안정 노력 등을 통해 가계 소득 증진이 소비활성화의 선순환 구조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긍정적인 것은 소득 불평등 지표가 지난해 다소 개선됐다는 점이다. 5분위 평균 소득을 1분위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소득 분위간 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소득 5분위 배율’은 지난해 4.45로 나타나 2003년(4.43) 이후 최저치였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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