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벌어 72만9000원 쓴 셈
지난해 가계의 소득 대비 소비 비율, 즉 소비성향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경기 둔화에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소득이 늘어나도 쉽게 씀씀이를 늘리지 못한 채 지갑을 꽉 닫은 것이다. 가계의 소비 위축은 내수활성화에 악영향을 줘 가계소득을 감소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관련기사 6면
13일 통계청의 ‘2014년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30만2,000원으로 전년도보다 3.4% 늘어났지만, 소비자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 증가율은 2.1%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경제성장률 전망치(3.4%)를 한참 밑도는 수치로 경제 전체의 부가 가계에 제대로 흘러 들지 않았다는 의미다.
가계의 씀씀이는 소득 증가에도 미치지 못했다. 가계지출에서 세금ㆍ연금ㆍ보험료 등을 뺀 월평균 소비지출은 255만1,000원으로 전년 대비 2.8%(물가 상승 제외 시 1.5%)밖에 늘어나지 않았다. 불안감에 소득이 늘어난 만큼도 소비를 늘리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평균 소비성향은 72.9%로 관련 통계가 발표된 2003년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평균 소비성향은 처분 가능한 소득 대비 소비지출 규모를 보여주는 지표로 100만원을 벌어 72만9,000원만 썼다는 의미다. 2003~2006년까지 77%대였던 소비성향은 금융위기 시절 추락했다가 2010년 다시 77%대로 올랐지만 2011년(76.6%) 이후 4년 연속 감소세다.
지난해 가계의 세금과 연금, 사회보험 등 비(非)소비지출의 월 평균 부담(80만5,000원)은 역대 최초로 80만원을 넘었다. 항목 별로는 사회보험료 지출(12만4,000원)이 7.2% 늘었고, 근로소득세 등 경상조세 지출(13만6,000원)은 5.8%늘었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금 기여금(12만2,000원)도 5.4% 늘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소득이 정체에 가깝고 노후 및 주거 불안이 커지면서 소득이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면서 “국내총생산(GDP) 절반 가까이가 민간 소비인 상황에서 소비 정체는 성장률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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