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부실 탓 커 살처분은 지양해야" 격리된 사자들 처분에 신중 목소리
사육사를 공격해 숨지게 한 맹수에겐 어떤 처분이 내려질까?
일부에선 맹수를 살처분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공격 본능이 있는 야생 동물 자체를 사고의 원인으로 몰아가기보다 당시 상황과 동물의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3일 서울 어린이대공원에 따르면 전날 사육사를 물어 숨지게 한 사자 암수 한 쌍은 사고 직후 내실에 격리 중이다. 이날 안찬 어린이대공원장은 “당분간 사자들을 전시하지 않고 격리해 상태와 행동을 관찰할 예정”이라며 “비슷한 사례를 검토한 뒤에 처리 방안을 결정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동물원에서 사육사가 맹수의 공격을 받아 숨진 사고는 이번이 처음인데다 동물원 관리 규정에도 해당 내용이 없어 최종 결정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참고할만한 전례는 2013년 제주도 A테마파크와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발생한 사고 정도다. 2013년 11월 제주도 A테마파크에서는 반달곰 2마리가 사육사를 물어 죽인 뒤 진정하지 못해 현장에서 사살됐다. 반달곰 사건 일주일 뒤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사육사를 물어 숨지게 한 수컷 호랑이 로스토프는 사고 직후 현재까지 홀로 내실에 격리돼 있다. 당시 사람을 물어 죽인 호랑이를 안락사 시켜야 한다는 여론도 있었지만 선진국의 경우를 참고해 다른 개체와의 격리를 결정했다. 다만 부정적인 여론을 감안해 관객들에게 다시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해당 사자에 대한 안락사 등 극한 처분 대신 서울대공원 호랑이처럼 별도 관리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 서울대공원 동물원장을 지낸 모의원 서울예술직업전문학교 애완동물학과 교수는 “본능적으로 지켜야 할 공간이 있는 야생 동물의 관점에서 보면 자신에 영역을 지키려던 것이고 사육사에 대한 공격이라기 보다 자신을 방어 한 것에 가깝다”면서 “선진국 동물원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동물을 죽이지 않고 회복을 통해 복귀시키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정성곤 서울호서직업전문학교 애완동물학부 교수 역시 “시설 내부에서 사고가 났다면 맹수 자체보다는 관리 부실 책임이 더 큰 만큼 동물에 사고 원인을 몰아 살처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어린이대공원측은 이날 현장에서 브리핑을 열고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동물사별로 사육사 안전관리와 교육을 강화하고, 사육사 동선에 경보장치를 설치하고 호신장비를 지급하는 내용의 안전대책을 발표했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