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그제 30년 설계수명이 끝난 월성1호기를 10년 더 가동할지 아니면 폐로(廢爐) 처분할지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밤늦게까지 계속된 마라톤 회의에서 위원들은 안전성을 놓고 현격한 견해차를 보였고, 표결을 통한 처리도 일부 위원의 이의제기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한다. 올 들어 벌써 두 번째다. 월성 1호기 계속 운전 여부는 26일 다시 논의될 예정인데, 이런 상태라면 언제 마무리될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983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월성 1호기의 설계수명은 이미 2012년 11월에 끝났다. 정상적이라면 수명 만료 전 계속 운전 여부를 결정했어야 한다. 하지만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국내 원전 불량부품 사건 등이 연이어 터지면서 심사는 계속 늦춰졌고, 월성 1호기는 2년 넘게 가동이 중단돼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처음 심사를 요청한 2009년 12월부터 따지면 6년 째 결정이 보류되고 있는 셈이다.
원전 계속 운전을 가늠할 안전성 확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만큼 신중을 기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원전은 무조건 위험하다”는 환경 근본주의나, “대안이 마땅치 않으니 웬만하면 계속 돌려야 한다”는 안이한 현실주의 모두 배척해 마땅하다. 지역 주민의 반대여론이나 정치적 이해타산도 넘어서야 한다. 완벽한 안전성을 담보하는 객관적 과학적 근거만을 앞세워 결론을 이끌어 내야 한다. 2011년 국내 원전정책을 총괄하는 최상위 국가기구인 원안위를 독립적으로 설치한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는 월성 1호기의 경우 그 동안 충분한 검증의 시간을 가졌다고 본다. 지난해 10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계속 운전 심사보고서에서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평가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실시한 안전조치 평가에서도 국제적 우수사례로 평가됐다. 문제는 추가적으로 이뤄진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전문가와 민간 검증단의 의견이 엇갈려 지금도 쟁점이 되고 있는데, 이 경우 최고의 원전 전문가들이 모인 원안위야말로 판단의 적임자다. 만장일치가 어렵다면 최근 경주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승인 때처럼 표결처리도 검토할 만하다.
현재 국내엔 23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다. 2년 뒤면 한차례 10년 연장된 고리 1호기의 운영기간이 만료돼 2차 연장여부를 포함해 수명이 끝나는 원전들이 줄을 잇게 된다. 그런 만큼 이번 월성 1호기 계속 운전 심사는 이와 관련한 명확한 기준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돼야 한다. 더욱이 결정을 계속 미뤄도 뾰족한 수가 없다면 재가동이든 폐로 처분이든 조기에 결론을 내는 게 정도다. 원안위가 이런 문제의 가닥을 제대로 잡지 못한다면 존재 가치 자체를 의심 받게 된다. 지나친 판단 유보나 연기는 여론 눈치보기나 책임 회피와 다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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