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운전 여부로 논란을 빚고 있는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는 한국 최초의 가압중수로(PHWR)다. 1977년 5월에 착공해 82년 11월 첫 임계(臨界)에 도달했고, 이듬해 4월 상업운전에 들어간 67만8,000㎾급 원전이다. 냉각재와 감속재로 물보다 약간 비중이 큰 중수를, 연료로는 저농축우라늄(U235 3~4%)을 쓰는 경수로와 달리 천연우라늄(U235 0.72%)을 사용한다. 1년 반마다 발전을 중단하고 연료봉을 교체하는 경수로와 달리 발전을 하면서 매일 연료를 교체한다. 국내 원전 가운데 월성 1~4호기만이 중수로다.
▦ 2012년 11월20일로 설계수명이 다한 월성 1호기는 낡은 원자로라는 일반적 이미지와는 딴판의 운영실적을 자랑해 왔다. 2008년 말 기준 누계 이용률이 86.2%로 세계 정상급 수준이다. 한 주기 무고장 운전(OCTF: One Cycle Trouble Free) 5회 달성, 세계 이용률 1위 4회 달성 등의 기록을 갖고 있다. 2009년 4월에 시작한 압력관 교체 공사를 839일 만에 마치고 발전을 재개한 것도 모체(母體) 원전인 캐나다 피커링 1~4호기에 비하면 2년 이상의 공기 단축이다.
▦ 계속 운전 찬성론자들은 ‘설계수명 연장’이란 용어 자체에 의문을 표한다. 마치 수명이 끝난 원전을 일부 손질해 재사용하는 듯한 어감이어서 일반 국민에 부정적 인상을 준다는 주장이다. 모든 인공구조물이 겪는 경년열화(經年劣化), 즉 세월의 흐름에 따른 성능 저하가 원전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다만 원전의 핵심 설비와 부품은 수시 점검과 교체ㆍ보완을 거치기 때문에 오래된 원전이라고 낡은 아파트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다. 월성 1호기보다 10여 년 오래된 피커링 1~4호기의 계속 운전 사례도 자주 거론한다.
▦ 반면 반대론자들은 후쿠시마 원전의 예를 들어 원자력 안전은 예상하지 못한 엉뚱한 곳에서 금이 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아무리 확률이 낮아도 0%는 아니며, 일단 문제가 생기면 인간과 환경에 씻기 힘든 상처를 남긴다고 경고한다. 환경단체와 원전 주변지역 주민이 그 중심이다. 고리 1호기는 한국수력원자력㈜과 주민들의 합의가 선행한 결과 오랜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계속 운전에 들어갔다. 월성 1호기도 결국 전문가의 안전성 평가보다 반대론의 동향이 계속 운전 여부를 좌우할 모양이다.
황영식 논설실장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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