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치자 역할한 몽골 왕비 14명
몽골의 페미니스트 왕비들
해인 지음
고려의 여인이었던 기황후는 공녀로 원나라로 보내져 궁녀가 되었다가 황후에 등극했다. 그는 혜종(순제) 사이에서 난 아들 소종(아유시리다라)을 황제로 등극시킨 후 황태자비 역시 고려 출신의 권씨를 간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나라에 고려의 음식, 의복, 차 등을 들여와 ‘고려양’을 유행시키는가 하면 고려 침공에 나서기도 했다. 역사적 평가는 갈리지만 자신의 운명을 개척한 강한 여성임은 부인할 수 없다.
칭기즈칸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비구니 스님인 저자는 이렇듯 드넓은 땅 몽골에서 운명에 갇히지 않고 독립적인 여성상을 보여준 몽골의 왕비 14명을 소개한다. 칭기즈칸의 아내 보르테, 여자 칭기즈칸으로 불린 만두하이, 몽골 독립투쟁을 주도한 국가태모 덩덕돌람 등이 왕과 함께 동등한 통치자로서 역할을 해왔던 이야기가 담겼다. 몽골 여성과 한국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시대적으로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내용이 흥미롭다. 운주사·224쪽·1만2,000원. 강은영기자 kiss@hk.co.kr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생생한 증언
1968년 2월 12일
고경태 지음
한국군에 의해 베트남 시골 마을 퐁니ㆍ퐁넛이 무고한 여성들과 어린아이의 피로 물든 날의 기억을 모았다. 철저한 취재와 조사를 바탕으로 피해자가 증언하는 목소리를 담았고, 동족에게 총칼을 겨눠야 했던 베트남 사람들의 운명을 그려냈다. 베트남전을 둘러싼 국가들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통해 1968년의 세계를 기록했다.
온 가족을 단 하루에 잃은 응우옌티탄 남매, 외발로 돌아온 조국에서 철저히 외면당한 최우식 중위, 학살의 특명수사를 지시한 박정희 전 대통령까지 다양한 주체가 등장하지만 누구 하나 이야기의 중심이 되지는 않는다. 모든 주체가 동등한 비중을 차지하는 이러한 역사 서술 방식은 거대한 서사 뒤에 숨겨진 사람들을 불러내 마주하게 한다. 이를 통해 침략자 입장에서 민간인 학살의 역사가 정당화되는 것을 막고, 파병군인이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되는 역사의 모순을 지적한다. 한겨레출판ㆍ376쪽ㆍ1만6,000원 김세희 인턴기자(이화여대 사회생활학과 4년)
쉽게 읽는 대하소설식 신화 이야기
구스타프 슈바브의 그리스 로마 신화 1~3
구스타프 슈바브 지음ㆍ이동희 옮김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저자로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이는 토마스 불핀치다. 1855년 ‘신화의 시대’란 제목으로 나온 불핀치의 책은 신화를 에피소드 별로 소개, 국내 독자 중엔 이것을 그리스 로마 신화의 유일한 구성으로 아는 이가 많다. 그보다 10여년 앞서 출간된 구스타프 슈바브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쓴 대하소설식 신화 이야기다. 독일의 교육자이자 시인인 슈바브는 수십 년간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쉽게 읽을 수 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집필에 착수했다. 세 권으로 이뤄진 슈바브의 책은 트로이 전쟁, 오딧세우스의 모험 등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신화들에 앞뒤 순서와 좌우 맥락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프로메테우스의 인간 창조부터 아이네아스의 로마 건국을 하나의 서사로 묶는 힘은 연구자와 일반 독자 모두에게 긴요하다. 휴머니스트ㆍ508~592쪽ㆍ1,2권 2만1,000원ㆍ3권 2만3,000원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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