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압력에도 마이웨이
우크라 휴전 최종 승자 평가
EUㆍNATO 와해가 최종 목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 일각에서 생각하듯 비이성적이지 않으며, 최근 우트라이나에서 보여주듯 서방 강대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주도 면밀하게 러시아의 국익을 지키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마디로 ‘푸틴을 과소평가하다가 큰 코 다친다’는 것이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14일 인터넷에 공개한 최신호에서 지난해 크림반도 병합부터 시작해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푸틴 대통령이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푸틴의 러시아를 신중하게 재평가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크림반도 합병 당시 “정부군과 치열하게 교전 중인 크림반도의 러시아계 주민들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으로 크림반도를 자국영토로 병합시켰다. 이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러시아 고위인사의 자산동결과 대형은행에 대한 자국 내 채권발행 금지 등 경제적 제재를 펼쳤으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세계 최강의 핵보유국이라는 점을 잊지 말라”는 응수와 함께 제재에 참여한 국가를 상대로 역제재를 시행하는 등 강력히 맞받아쳤다.
이런 푸틴 대통령의 전략은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에서도 재현됐다. 그는 단호하고 신속하게 우크라이나 내 친러시아 반군을 위한 병력, 탱크 등을 파견했다. 서방의 강력한 경제 제재로 러시아 루블화가 폭락하고 경제 불황이 초래됐지만 푸틴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 결과 13일 합의한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평화협상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면서도 러시아 경제를 더 큰 위기로 몰고 갈 수 있는 갈등 고조를 피했다는 점에서 푸틴 대통령이 최대 승리자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최종 목표는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등 서방 기구의 와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그에게 서방의 가치 전파는 전쟁보다 훨씬 위협적이기 때문에, 이를 주도하는 기구의 영향력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미 이러한 작업에 돌입, 일부 성공하기도 했다. 그는 각종 로비를 통해 프랑스와 그리스, 헝가리 등 유럽국가에서 러시아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정당을 키우고 있다고 이 잡지는 분석했다.
서방이 푸틴 대통령의 파죽지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당면한 문제의 실체를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러시아를 서투르고 쇠락해가는 세력으로만 여겨왔던 서방 각국이 이제는 냉정한 시각으로 그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발틱 3국, 몰도바, 카자흐스탄에서 강화하는 친러시아 인구 결속 현상에 서방의 대(對)러시아 전략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 안보문제 전문가인 마크 갈레오티 뉴욕대 교수는 “러시아의 영토를 다시 끌어 모으려는 푸틴의 정치ㆍ외교 감각에 대해 서방은 보다 신중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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