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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 논란 아말감, 정부는 충치치료 재료로 권장하지만...

입력
2015.02.13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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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대비 효과 가장 뛰어나

美ㆍEU 등도 위험성 없다 밝혔다"

"좋은 치과재료 많이 개발됐고

잠재적 유해성 갖고 있는데..."

보건복지부가 충치치료 재료인 아말감 활성화 방침을 발표했지만, 치과의사들은 "수은 함유에 따른 안전성 논란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활성화를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한 어린이 환자가 치과 치료를 받는 모습. 한림대의료원 제공
보건복지부가 충치치료 재료인 아말감 활성화 방침을 발표했지만, 치과의사들은 "수은 함유에 따른 안전성 논란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활성화를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한 어린이 환자가 치과 치료를 받는 모습. 한림대의료원 제공

치과계가 충치치료 재료인 ‘아말감’ 논란에 휩싸여 있다. 보건복지부가 3일 ‘건강보험 중기보장성 강화계획’을 통해 아말감 충전술을 초기 충치치료에 적극 활용하겠다고 발표한 게 발단이 됐다. 복지부는 “아말감이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뛰어나다”며 “국제수은협약에서 사용을 권장하는 캡슐형 아말감 수가를 현실화하고, 아말감 치료기피 문제 해소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치과의사들은 “수은의 안전성 우려 등으로 현실성이 떨어지는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복지부가 아말감 충전술 활성화 카드를 꺼내 든 것은 고액 치료비에 따른 건보재정 부담을 사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충치 등 구강질환을 유아ㆍ청소년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발치, 보철로 이어져 고액 치료비를 유발하는데, 아말감 활성화를 통한 조기 치료를 통해 이를 막겠다는 것이다.

2011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질병 및 사회경제요인별 의료비 규모 추정연구’자료에 따르면, 구강질환은 15~24세 의료비 지출 1위, 15세 미만 의료비 지출 3위를 기록하고 있다. 2013년 충치질환으로 아말감, 광중합형 복합레진 등 치아홈메우기 시술을 받은 환자는 총 66만4,083명으로, 1인 평균 진료비는 8만9,890원이었다. 2014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치아홈메우기의 충치 예방효과는 시술 후 6개월 간 93.7~96.1%, 1년 간 94.1%, 1년 10개월 간 94.2%씩이었다. 심평원은 치아홈메우기 치료로 2011년 한 해에만 약 19억4,000만원의 재정절감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저렴한 가격 불구 유해성 논란 여전

복지부 방침에 치과계가 반발하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아말감이 안전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은을 함유한 모든 합금을 아말감이라 하는데, 치과용 아말감은 은, 주석, 구리 등 아말감합금과 수은을 반응시켜 안정화시킨 재료이다. 치과 치료에서 무려 175년 이상 사용되고 있는 아말감이 안전성 논란에 휩싸인 것은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인식이 사회전반으로 확대된 2000년대 초반부터이다. 유해 중금속인 수은은 높은 표면장력과 휘발성으로 인해 공기 중에서 빠르게 기화, 흡입성 유해물질이 돼 인체에 악영향을 미친다. 인체로 흡입된 수은증기의 약 80%는 폐를 통해 혈액으로 흡수돼 폐 신장 신경 소화 호흡 및 면역체계를 위협한다.

수은은 적은 용량이더라도 만성적으로 노출되면 과민성, 우울증, 어눌한 발음 등 증상과 함께 시력 및 청력 손상, 마비, 불면증, 정서불안, 태아발달장애, 아동기 주의력 결핍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치과용 아말감 사용으로 인해 환경에 배출되는 수은 양은 전 세계적으로 연간 총 260~340톤에 이른다. UNEP는 “소각, 매립, 폐수배출을 통해 환경으로 배출된 수은은 전 세계적으로 운반 및 퇴적돼 주요 환경오염원이 되고 있고, 생선소비 등을 통해 먹이사슬로 유입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복지부는 치과용 아말감이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연합 등에서 인체 위해성 증거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며 안전성 논란을 차단하고 있다. FDA는 “극소수 환자에서 국부적인 과민반응 외에 인체에 심각한 위해를 가한다는 증거가 없고, 성인과 6세 이상의 어린이들에게 사용하는 것은 안전하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수은이 건강과 환경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고 있지만 치과용 아말감에 함유된 수은은 안정적이며 제대로 관리하면 아말감 폐기물을 안전하게 재활용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치과의사들 “레진과 가격 같아도 안 쓸 것”

현장의 시각은 달랐다. 김경섭 동부사과나무치과 대표원장은 “보건당국에서 유해성이 없다고 해도 소비자들이 아말감에 수은이 포함돼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권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솔직히 내 부모, 내 자식 입안에 아말감을 넣고 싶지 않다”고 했다. 김 원장은 또 “좋은 치과재료가 많이 개발됐기 때문에 단점이 많고 수은중독의 잠재적 유해성을 갖고 있는 아말감을 환자에게 최우선으로 권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영희 한림대성심병원 치과보존과 교수는 “정부가 아말감 수가를 현실화 해 레진 등 심미성 충전 재료와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해도 레진 등 심미성 충전재료 대신 아말감을 사용하려 하는 치과 의사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안전성 논란은 제쳐두더라도, 아말감 치료ㆍ재료비를 현실화하면 치과에서 아말감 충전술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여기고 있는 복지부의 판단이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 교수는 “수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함께 아말감 색상이 치아색과 명확히 구별됨에 따라 시술을 꺼리는 환자들이 많다”며 “환자뿐 아니라 치과의사들도 진료실 환경관리 및 환경오염 우려로 아말감 사용을 줄이고 있는 추세”라고 했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치과 아말감 사용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연평균 9.8%가 감소, 전체 시장 점유율이 27.1%에 불과하다. 한 치과의사는 “수은과 같은 중금속은 소량이더라도 우리 몸에 지속적으로 축적될 수밖에 없다”며 “입안에 폭탄을 물고 있어도 터지지만 않으면 괜찮다는 식의 논리는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훼손 부위, 크기 등 따라 수복재료 선택해야”

아말감 충전술이 충치치료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복지부의 과장된 홍보가 치과계의 반발을 샀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 교수는 “치아 훼손 부위, 크기에 따라 어떤 치과수복재료를 사용할지 결정해야 하는데 무턱대고 아말감이 비용효과가 크다고 강조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아말감은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돼 치아 1개 시술 시 환자 본인부담금이 1만5,000원 밖에 되지 않아 비용대비 가장 효과적인 충치치료 재료이지만, 모든 충치치료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익명의 한 치과의사는 “환자마다 증상이 다르지만 아말감의 경우 딱딱한 음식을 즐기거나, 치아 옆면에 시술할 경우 금이 가거나 깨지기 쉬워 세균번식이 일어나 치아 밑에 충치가 발생할 수 있다”며 “충치 부위가 깊지 않으면 시술한 아말감이 빠져나올 위험이 있는만큼 증세에 따라 알맞은 충전재료를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의료 소비자들의 반응도 싸늘하다. 초등학교 3학년 여아를 둔 주부 A씨는 “아무리 경제적으로 힘들어도 수은이 든 아말감을 사용하고 싶지 않다”며 “아말감을 권유하는 치과의사를 보지 못했다”고 했다. 최근 충치치료를 받은 직장인 B씨는 “충치치료 당시 아말감으로 치료하면 비용이 저렴한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내 몸에 수은이 들어가는 느낌이 들어 레진재료를 택했다”고 했다. 의료 소비자 사이에서는 ‘아이들에게 아말감으로 충치치료를 하면 깨지기 쉬워 충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수은 관련 설비ㆍ유통과정 관리 강화 필요

정부 방침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복지부보다 더 당황한 쪽은 아말감 충전술 활성화 대책을 자문한 치과의사협회다. 박영채 대한치과의사협회 홍보이사는 “안전성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의료보장성 차원에서 비용이 저렴하고 치료효과가 분명한 아말감을 활성화하는 것에 원칙적으로 동의했다”며 “협회는 아말감보다 더 우수하고 안전한 대체재료 개발과 보급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말감 논란을 잠재울 해법은 없을까. 유 교수는 “치과용 아말감이 적절한 관리 하에 정확하게 시술된다면 우수한 임상결과를 제공할 수 있지만, 진료실 내 치과용 아말감 보관, 환기 및 폐기절차 등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전제를 달았다. 김 원장은 “수은 사용과 관련한 설비 및 유통 과정에 대한 명확한 규정과 교육 등이 갖춰져야 아말감 사용으로 인한 환경오염 우려를 종식시킬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유럽에서 수은중독의 우려가 있는 아말감을 대처하기 위해 레진재료를 개발한 것처럼 국민이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충전재료를 보급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충치치료 시 치아훼손 상태와 관련 치과의사와 충분히 상담한 후 경제적 능력 등을 고려해 충전재료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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