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일본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가족 간병인 중 환자의 아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12%다. 환자의 아내는 36.8%, 남편은 14.3%, 딸은 15.6%였다. 며느리의 비율도 17.2%로 꽤 높다. 아들이 병든 부모를 돌보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기는 하나 33년 전과 비교하면 6배 가까이 늘었다. 1977년 가족 간병인 중 아들의 비율은 2.4%에 불과했다.
간병하는 아들이 늘어난 것은 사회 변화의 표출이다. 자녀를 적게 나면서 외아들을 둔 가정이 늘었다. 남아선호사상이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늦게 결혼하거나 평생 독신으로 사는 남자들이 늘어난 점도 영향을 줬다. 비정규직 증가가 남자의 만혼과 독신으로 이어졌고 자녀가 나이 들어서도 부모와 함께 사는 새로운 경향이 생겼다. 이런 변화가 간병하는 아들을 낳은 셈이다.
그래서 병든 부모를 보살피는 28명 간병인 아들의 체험담을 담은 이 책 ‘아들이 부모를 간병한다는 것’은 고령화가 심각해지고고용을 보장 받지 못하는 급변한 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군상들의 현재를 가리킨다. 시부모를 간병하는 남편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불편한 아내의 입장, 간병 책임을 둘러싼 형제 사이의 갈등, 어머니를 간병하는 남자로서의 아들의 심리 등이 소개된다. 간병하는 아들이 직장을 다니면서 겪게 되는 애로점, 간병을 하다 잃게 되는 남성다움에 대한 고민을 들여다볼 수 있다. 간병이 힘겨운 일이지만 남성들에게 더 큰 고통인 이유도 일별할 수 있다. 미래의 ‘간병인 아들’들에게는 참고할 만한 자료다.
지은이는 사회 노년학과 사회 심리학을 전공한 30대 젊은 사회학자다. 노령화와 고용불안의 시대를 살고 있는 한국인들에게도 시사점이 많다. 노인이 된 자녀가 고령의 부모를 모시다 겪는 참극들이 벌써 사회면에 등장하고 있다. 간병하는 아들은 한국에도 곧 닥칠 미래, 아니 이미 현재인지 모른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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