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국어 사용을 위해 공무원 평가 제도부터 새롭게 갖춰야 합니다.”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는 12일 “정부 기관, 언론, 보험사 등 공공 분야에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영어 및 한자어들이 남발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2000년부터 쉬운 우리말 쓰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 이 대표는 이날 세종문화회관에서 ‘쉬운 공공언어 정착을 위한 국어소통능력 향상 방안’이라는 주제로 2015 한글문화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서는 공무원 임용 국어시험 개선안, 국어능력시험 내용의 문제점 등 여러 의견이 나왔다.
이 대표는 정부 등 공공기관들이 보도자료나 행정문서 등에서 어려운 한자어나 영어 등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관례를 우선 비판했다. 공공기관 문서는 국민 생활에 직결되는 정책이나 제도를 다루기 때문에 어려운 표현이 많을수록 국민들은 자기 권리를 제대로 찾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글문화연대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정부가 내놓은 보도자료 3,000여건을 분석한 결과, 본문에 로마자나 한자가 그대로 노출(국어기본법 위반)된 사례가 자료 한 건당 4차례 정도나 됐다. 리스크(위험), 콘텐츠(내용ㆍ목록ㆍ목차) 등 충분히 우리말 표기가 가능한 데도 영어로 표현한 사례는 자료 한 건당 7건에 달했다. 이 대표는 “미국의 경우 아예 공문서 쉽게 쓰기 지침을 만들어 각 관공서에 배포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여전히 민간 단체 차원의 개선 운동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영어 약자’도 문제로 지적했다. 우리말로 줄여 부르기 어색하다는 이유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세종BRT(세종시 급행버스 체계), IMF(국제통화기금)등 영어 약자가 흔히 사용된다. 하지만 이는 소통성이 높다고 할 수 없고, 의미가 왜곡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고려대에서 국내 주요 신문의 영어 약자 사용 횟수를 살펴봤더니 OECD의 경우 2001년 1,209번에 불과하던 것이 2011년에는 2,307번으로 늘었고, NASA(미항공우주국)도 같은 기간 226차례에서 450차례로 2배 가까이 늘었다는 조사도 있다.
이런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이 대표는 공무원 선발시험에 국어능력시험을 중점으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오는 10월 한글날을 전후해 한글문화연대가 주최하는 1회 시험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祝結婚(축결혼)’ ‘賻儀(부의)’ 등 생활봉투 문구도 ‘예쁘게 사세요(결혼)’ ‘올 한해도 즐겁게 보내자(세뱃돈)’등 덕담으로 바꿔 배포하는 활동도 추진한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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