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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의 길 위의 이야기] 과하다

입력
2015.02.13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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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끼던 식물이 죽었다. 작년 봄에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 받은 다육식물이었다. 식물을 키우는 일에 젬병이라 잠시 망설였지만, 다육식물은 생명력이 강인하다는 말을 듣고 고맙게 그것을 받았다. “물을 자주 안 줘도 되니까 키우기 쉬울 거야.” 그의 말처럼 다육식물은 쑥쑥 잘 자라났다. 볕을 많이 본 날은 이파리의 색이 선명해졌다. 어느 날은 노랗다가도 어느 날은 초록빛을 띠고 다음 날에는 약간의 주황빛을 발산하기도 했다. 무럭무럭 자라서 올 초에는 처음으로 분갈이를 해주기도 했다. 어떤 식물을 1년 가까이 키운 일이 처음이었다. 물이 잘 빠지는 마사토(磨沙土)로 화분을 채워주니 평생을 키울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마저 들었다. 어느 날, 추운 날씨 때문에 실내에만 들여놓아 볕을 잘 못 보는 것 같아 오후에 잠깐 화분을 밖에 내다놓았다. 저녁 때 다육식물을 집 안으로 가지고 들어오니 온 이파리를 축 늘어뜨리고 그대로 생기를 잃어버렸다. 이파리에서 황토색 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 앞에서 한동안 아무 말도 못하고 서 있었다. 물을 주지 않아 말라죽은 채송화, 물을 너무 많이 줘서 뿌리가 썩어버린 난 등 그동안 나를 떠나간 식물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생각해보니 부족하거나 과한 것은 결코 다르지 않았다. 씀씀이가 과하면 지갑이 비고 말이 과하면 실수를 하듯, 마음 또한 상대에게 너무 많이 주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마음이 과하면 종국에는 그것을 받는 대상에게 부담이 되는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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