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수명이 끝나 가동을 멈춘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운명이 결국 설 지나서야 판가름나게 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12일 오전 10시부터 제34회 정기회의를 열어 ‘월성 1호기 계속운전 허가(안)’에 대해 밤 11시 이후까지 마라톤 심의를 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26일로 예정된 차기 회의에 재상정하기로 했다. 위원들은 이날 회의에서 지난달 공개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검증단과 민간검증단의 ‘월성 1호기 스트레스테스트 검증보고서’와 최근 일부 전문가들이 제기한 안전규정 미비 문제 등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으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검증보고서가 나온 이후 원안위의 원자력안전전문위원회는 두 검증단의 결론을 종합 검토해 안전성 관련 총 19가지의 개선요구사항을 도출했고, 중장기적으로 이를 시의적절하게 이행한다면 월성 1호기의 계속운전에 “심각한 안전 저해 사항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조석 사장을 비롯한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들은 이날 회의에 참석해 전문위원들이 도출한 개선요구사항의 이행 계획에 대해 위원들에게 설명했다.
이번 회의에선 새롭게 제기된 안전규정 미비 문제도 논의됐다. 회의에 참석한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1991년 캐나다 원자력안전규제기관이 발행한 중수로 원전의 안전요건을 월성 2~4호기는 충족하고 있지만, 1호기는 충족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가령 캐나다 안전요건에 따르면 사고가 났을 때 핵연료를 냉각하는 시스템을 다중으로 갖춰 놓아야 하는데, 월성 1호기에는 관련 설비(냉각계통 열교환기)가 1대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열교환기 자체에 문제가 생겨도 주변 설비들이 정상 가동해 냉각될 수 있도록 업데이트했기 때문에 다중성은 확보됐다”는 입장을 위원들에게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성 1호기 계속운전 여부가 재차 미뤄지면서 원안위의 부담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한 전문위원은 최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과학기술적 판단을 기준으론 계속운전이 불가하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향후 한수원이 비리나 방만경영 없이 제대로 원전을 운영할 지에 대해선 원자력계 내부에서도 불신이 남아 있는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차기 회의에서 계속운전 허가안을 표결에 부칠 경우 위원 9명 중 과반수인 5명 이상이 찬성해야 의결된다. 만약 의결되면 월성 1호기는 재가동을 위한 추가 안전성 검사에 들어가고, 부결되면 폐로를 위한 행정 절차를 별도로 밟아야 한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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