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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국방 "사드 배치, 전략적 모호성 필요" 언급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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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국방 "사드 배치, 전략적 모호성 필요" 언급 논란

입력
2015.02.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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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기정사실화" 읽힐 가능성, 中 명확한 입장 요구 땐 난처해져

한민구 국방장관이 11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업무보고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민구 국방장관이 11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업무보고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한반도 배치를 놓고 ‘전략적 모호성’이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 장관의 발언은 정부의 기존 입장과 달리 사드 한국 배치를 기정사실화하는 경솔한 발언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장관의 문제 발언은 11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나왔다. 전체회의에서 한기호 새누리당 의원이 ‘우리 국방부가 사드와 관련, 전략적 모호성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하자 한 장관은 “전략적 모호성이라고 표현한 부분이 국방부로서는 현재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드 배치에 관한 정부 기조가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점을 자인한 것이고, 이는 결국 ‘미국과 사드 배치를 논의하고 있지만 중국을 상대로 대놓고 말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의미로도 읽힌다.

전략적 모호성은 외교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민감한 이슈에 대해 답을 회피하는 방법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한국 정부가 어느 한쪽 편을 들지 않고 미지근하게 반응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한 장관이 전략적 모호성을 말하는 순간 정부 입장은 모호하지 않고 일부러 모호한 척 하고 있었다는 뜻이 돼 버린 것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12일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표현은 언론이나 학계의 용어”라며 “정부 당국자가 그 말을 하는 순간 모호성에 따른 이득은 사라지게 된다”고 꼬집었다. 군 내에서도 “사드 배치를 놓고 질문이 거듭되는 와중에 육사 동기인 여당 의원이 전략적 모호성을 거론하니까 장관도 맞장구를 친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아무리 그렇더라도 군 수장이 전략적 모호성을 직접 말한 건 신중하지 못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 장관의 발언이 있던 11일 국방부는 그렇지 않아도 사드 배치 문제를 놓고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사드의 한국 배치에 관해 한국과 지속적인 협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간 정부는 “사드 배치를 미 측으로부터 요청 받은 적도, 논의한 적도 없다”고 강조해왔다. 한 순간에 국방부가 거짓말쟁이로 낙인 찍힌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국방부는 극약 처방도 꺼냈다. 이날 서울에서 한미 양국간 회의에 참석 중이던 데이비드 헬비 미 국방부 부차관보와 국방부 기자단을 전화로 연결해 “미국은 사드의 한국 배치와 관련해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논의한 바 없다”는 대답을 끄집어내는 퍼포먼스까지 벌인 것이다.

하지만 한 장관의 국회 발언으로 국방부의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당장 중국이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국의 입장을 명쾌하게 밝히라고 요구할 경우 우리 측 입장이 난처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중국은 지난해 사드 문제가 거론된 이후 주중 한국대사관과 다양한 외교채널을 통해 우리 정부에 압박을 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국방부를 찾은 창완취안(常萬全) 중국 국방부장도 한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의제에 없던 사드 문제를 꺼내 우리 측을 당혹하게 한 전례도 있어 한 장관 발언으로 상황은 더 꼬이게 생겼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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