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작가 변신 방은진 “반려견 키우며 나도 성장”
“삶은 기다림의 연속입니다. 이 책은 그런 기다림의 순간을 어떻게 견딜 것인가 고민을담은 성장담 같은 고백서입니다.”
배우 겸 감독 방은진(50)이 최근 출간한 에세이 ‘라마야 기다려’의 열쇠말은 ‘기다림’이다. 대여섯 살에 불과한 딸을 남기고 떠난 엄마를 기다렸던 것부터 그의 삶은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반려견인 골든리트리버 라마를 키우면서 가장 많이 하는 말 역시 책 제목인 “라마야 기다려”다. 12일 서울 서교동에서 출간기념회를 연 그는 “평소 잡문을 쓰니까 괜찮겠지 했는데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며 웃었다.
‘라마야 기다려’는 방 감독이 반려견 라마와 함께한 14년의 기억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반추한 책이다. 애초에 애견 실용서를 쓰려다 방향을 바꾼 것이라고 했다. “나중에 라마가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 내 책을 읽어줄 것 같은 생각에 쓰려고 했어요. 라마가 열 살이 되면 쓰려고 했는데 영화 촬영 등으로 인해 못 쓰고 있었죠. 2013년 ‘집으로 가는 길’ 이후 다음 영화를 못 찍게 돼 시간 여유가 생겨 쓸 수 있었습니다.”
책은 방 감독이 라마를 처음 만나는 순간을 복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라마를 처음 대면한 그는 “이 아이는 외롭고 두려운 거구나 싶은 생각에 울컥하며 가슴 한편이 아려왔다”고 적었다. 그 때가 2000년 즈음. 배우로서 “대중적인 이미지도 그저 그랬고, 상업영화의 주인공을 맡기에는 나이와 외모가 걸렸”던 시기이자 명계남 이스트필름 대표로부터 감독 데뷔 제의를 받은 무렵이었다.
연대기 순으로 진행하는 책은 아니다. 2008년 영화 ‘첼로’를 준비하다 눈물을 머금고 접어야 했던 기억에서 ‘오로라공주’(2005)에 염정아나 문소리를 캐스팅하려다 엄정화를 주연으로 캐스팅하게 된 사연, 만 여섯 살 때 멀리 떠나버린 엄마 때문에 겪은 상처, 중학생 때 엄마가 사는 미국으로 갔다가 영주권을 반납하고 2년 만에 돌아온 이야기, 연극배우로 시작해 ‘태백산맥’에 출연하며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 과정 등이 이어진다.
그는 순탄치 않았던 삶이 연기나 연출에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책엔 쓰지 않았지만 고등학생 때 자살시도를 두 번 했어요. 그땐 왜 그렇게 부모를 원망하며 살았는지 모르겠어요. 남다른 삶이라기보다는 남들보다 더 많은 것을 겪은 거라 할 수 있죠. 그런 것들이 연기를 할 때나 영화를 만들 때 토양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나문희 주연의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다는 방 감독은 기념회 내내 옆에 앉아 있는 라마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라마는 제가 영화감독이 돼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시기에 와서 제 인생과 함께 가고 있습니다. 라마와 살면서 무조건적인 사랑을 알게 됐어요. 타인과의 관계나 약속에 대해서도 더 많이 고민하게 됐고, 라마를 키우고 영화를 만들면서 저 역시 성장한 것 같습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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