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카드-NHN엔터테인먼트, 온오프 간편 결제 서비스 제휴
우리은행-KT도 협약 맺고 사물인터넷 활용 신사업 추진
하나은행-다음카카오는 게임 아이템 주는 애니팡 적금 출시
"수익 노린 대형사 간 결합에 그쳐 장기적으론 창업 문호 넓혀야" 지적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할 때에는 일단 시장을 키워야지, 기업 각자 역량을 키우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이지은 액센츄어코리아 디지털그룹 대표)
“핀테크가 지급결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IT기업의 핀테크 진출이 은행의 수익원 침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경쟁보다는 공생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유시완 하나은행 정보전략본부 전무)
차세대 먹거리로 등장한 핀테크(금융과 IT기술 융합)를 두고 금융회사와 IT기업들이 손을 맞잡고 있다. 기술력이 부족한 금융회사들은 개발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고, IT기업들로선 진입장벽이 높은 금융업에 자연스럽게 진입할 수 있어서다. 향후 핀테크 시장을 둘러싼 경쟁자들이기도 하지만, 시장 선점을 위해선 ‘적과의 동침’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KB국민카드와 NHN엔터테인먼트는 12일 핀테크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제휴 협약을 맺었다. 두 회사는 우선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손 쉽게 결제를 할 수 있는 간편결제 서비스를 함께 선보일 예정. 여기에 머물지 않고 젊은층을 겨냥해 마일리지 대신 게임 콘텐츠를 지급하는 모바일 카드를 출시하는 등 제휴 영역을 점차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김덕수 국민카드 사장은 “이번 업무 제휴는 단순히 업종간 간편결제 서비스 제공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며 “핀테크로 대변되는 지불결제시장에 맞는 다양한 온ㆍ오프라인 융합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10일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사업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KT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우리은행이 가장 관심을 쏟고 있는 건 KT의 위치기반 시스템을 적용한 동산(動産)담보대출 활성화다. 지금까지는 대출담보물로 집이나 땅 등 움직이지 않는 부동산이 대부분이었지만, 이동 위치 파악만 가능하다면 동산도 얼마든 담보대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나 공장의 각종 설비, 그리고 심지어 축산농장의 소, 돼지까지도 담보대출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은행은 또 지점을 방문하거나 근처를 지나가는 고객에게 상품 안내나 쿠폰을 전달하는 비콘(위치표식장치) 타깃 마케팅도 도입할 예정이다.
하나은행 역시 지난 5일에는 다음카카오와 핀테크 사업모델 발굴과 플랫폼 구축을 위해 전략적 업무제휴를 체결했다. 특히 12일에는 모바일 게임제작사 선데이토즈와 손을 잡고 상품 가입자에게 애니팡 게임 아이템을 주는 ‘애니팡 적금’을 출시했다. 상품가입 후 받은 쿠폰번호를 애니팡 시리즈(애니팡, 애니팡2, 애니팡 사천성)에서 등록하면 우대금리 연 0.3%포인트와 게임아이템이 제공되는 방식이다.
신한은행도 핀테크 창업기업과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 이들 기업의 아이디어를 구체화시켜 상품화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금융권과 IT기업의 협력이 대형사 간 결합에 그치고 있는 데다, 협력 분야도 결제시스템 등에 몰려 있다는 점 등은 넘어야 할 산으로 지적된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영국의 핀테크 산업 수준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금융권과 창업 기업의 협업시스템이 잘 돼 있기 때문”이라며 “금융권이 눈앞의 수익에 급급하기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작은 창업 기업에도 문호를 개방해야 더 많은 혁신 아이디어가 실용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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