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조사" 자성론 속, "견제 기능 위축될 것" 우려도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사건과 관련한 대형 소송에서 기업들에 잇달아 패소했다. 무리한 코드 맞추기 조사였다는 지적과 대기업 견제 기능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교차한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SK,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 등이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을 취소하라”며 공정위를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대법원은 “정유사 담합을 자진신고(리니언시)한 GS칼텍스 직원 양모씨의 진술을 믿기 어렵고, 객관적 증가가 부족한데다 서로 담합할 상황도 아니었다”는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앞서 공정위는 SK와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GS칼텍스 정유사 4곳이 2000년 대책회의를 열어 경쟁사 간 주유소 유치 경쟁을 제한하기로 합의했다며 2011년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을 했다. 이에 정유사들은 담합 사실이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판결로 취소된 과징금은 1,356억원. 대법원이 지난달 29일 판결로 취소한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에 대한 환급금을 더하면 공정위가 이들 기업에 물어줘야 하는 돈은 2,548억원에 달한다.
환급금은 패소가 확정된 해에 벌어들인 과징금 수입으로만 물어주게 돼 있다. 때문에 연 초 거둬들인 과징금이 거의 없는 공정위로서는 당장 환급이 어려워 연 2%대 연체이자를 일부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공정위 내부에서는 독립 규제기관인 공정위가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유가 잡기를 강조하자 무리한 코드 맞추기 식 조사를 강행했던 게 아니냐는 자성의 분위기가 적지 않다.
하지만 법원 패소 판결 때마다 공정위가 흔들릴 경우 재벌, 대기업에 대한 공정위의 불공정행위 견제 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정위는 검찰과 달리 강제 수사권이 없는데다 소송 한 건에 수십억원씩 비용을 들이는 대기업과 달리 한 해 전체 소송 수행 비용이 10억원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가 대기업과 소송전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012~2014년 3년간 공정위가 행정소송에서 전부 패소를 당한 비율은 10.6%(일부 패소 포함 시 21.5%)였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