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 이모 부장판사가 인터넷에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정치적으로 편향된 막말 댓글을 올린 사실이 확인돼 대법원이 진상조사에 나섰다. 이 판사는 2008년부터 최근까지 포털사이트의 뉴스기사에 수천 건의 혐오성 댓글을 달아왔다고 한다. 최근 ‘사채왕’의 뒷돈 판사 사건에 이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다시 한번 흔들리게 됐다.
이 부장판사가 다음ㆍ네이버 등 여러 포털사이트에 서로 다른 아이디로 올린 댓글을 보면 차마 입에 담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사용된 표현과 어휘도 저급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투신의 제왕’이라 조롱하고 촛불집회 참가자들에 대해서는 “촛불폭도들도 그때 다 때려죽였어야 했는데 안타깝다. 도끼로 ⅹⅹⅹ을 쪼개기에도 시간이 아깝다”고 댓글을 달았다. 삼성직원의 ‘삼성 특검’관련 증언에 관해서는 “너도 김용철 변호사처럼 뒤통수 호남출신인가?”라는 등 특정지역을 비하하는 발언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 국가정보원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에 대해서는 “빨갱이 한 놈 잡는 데 위조쯤 문제되겠나”라고 했다. 도무지 현직 부장판사가 올린 글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판사에게도 표현의 자유가 있고 사이버공간에는 익명성이 보장돼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법관은 헌법이 위임한 권한을 무겁게 인식하고 진중히 행동해야 할 의무가 있다. 법관윤리강령에는 “법관은 명예를 존중하고 품위를 유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혈연ㆍ지연ㆍ학연ㆍ성별ㆍ종교 등을 이유로 편견을 갖거나 차별을 하지 아니한다”고 돼있다. 이 부장판사는 인터넷 상에서 저속한 글을 올려 법관으로서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 뿐만 아니라 특정지역을 폄하하는 발언을 상습적으로 해 지역주민들에게 상처를 줬다. 명백히 법관윤리강령을 위반한 셈이다. 강령위반을 따지기도 전에 기본적인 인성조차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이런 판사에게 어떻게 재판을 맡길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최근 현직 법관이 사채업자로부터 수억 원의 돈을 받아 구속돼 사법부의 권위가 크게 실추됐다. 그런 마당에 다시 현직 부장판사가 법관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일이 일어났다. 이런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는 것은 사법부의 위기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비위를 저지른 법관의 신변 처리를 엄중히 하는 게 사법부의 권위를 지키는 관건이다. 막강한 권한을 갖고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자리일수록 일탈행위를 엄단해야 그 기관의 위엄이 설 수 있다. 법관의 기본 윤리를 저버린 사람이 여전히 법대에 오르내리게 해선 안 된다. 대법원은 일벌백계 차원에서 이 부장판사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한 사법부의 신뢰회복을 위한 자정노력을 시급히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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