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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더미 속 조손가정을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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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더미 속 조손가정을 구하라

입력
2015.02.1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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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서구 어사또·풍국주정 직원, 단독주택서 쓰레기 7톤 수거

달서구청 어사또와 풍국주정 직원들이 거실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달서구청 어사또와 풍국주정 직원들이 거실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대구 달서구 공무원과 성서공단 임직원들이 쓰레기더미에 파묻힌 가족을 구했다.

달서구 행복나눔센터 어사또(어려운 사람은 달서구가 도와드립니다) 출동팀과 성서공단 풍국주정 직원들은 12일 오전 달서구 상인동 한 주택에서 1톤 트럭 2대와 5톤짜리 청소차 적재함을 가득 채울 정도의 쓰레기를 수거했다. 이들이 처음 이 집에 도착했을 때 단독주택 마당과 현관은 물론 안방까지 폐지와 페트병, 망가진 수레, 우산, 우유곽, 비닐봉지 등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이들 쓰레기는 고교 1년 손자와 함께 사는 노부부가 재활용품으로 팔기 위해 그 동안 모은 것들이다.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집안에 쓰레기가 많았지만, 수시로 판매했기 때문이다. 재활용품 수집과 판매를 맡아 온 이모(79) 할아버지가 중풍 등으로 거동이 불편, 팔지 못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함께 수거해 온 할머니 윤모(79)씨가 “전부 돈이다. 언젠가는 팔 거다”며 팔지도 못하는 것은 모으기만 했다. 거실 한쪽에는 헌 옷을 담은 자루가 천장에 닿을 정도였다.

어사또 팀 등 30여명이나 붙었지만 이 쓰레기를 대문 밖으로 빼내는 데만 꼬박 1시간이 걸렸다.

청소 소리가 들리자 하나 둘 대문 밖으로 나온 이웃 주민들은 모두가 반색했다. 한 주민은 “여름에는 악취와 벌레 때문에 창문을 열어놓을 수 없었고, 그 집 할머니와 싸움도 다반사로 벌어졌다”며 “쓰레기 집하장처럼 보이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고물을 담장 안으로 던지는 일도 왕왕 있었다”고 말했다.

할머니 윤씨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쓰레기더미 속에 가족이 묻히더라도 재활용품으로 팔 수 있는 것을 치우는 게 화가 난 듯 했다. 이날 어사또 팀 등을 향해 “이게 다 쓸 건데 버릴 수 없다”며 진입을 막기도 했다. 이날 청소할 것이라는 연락을 받고는 큰 보따리로 3개나 되는 쓰레기를 2층의 다른 세입자에게 몰래 맡겨두기까지 했다. 어사또 팀은 윤씨의 반발로 안방 쓰레기는 결국 치우지 못했다.

김시우(50) 풍국주정 차장은 “거실에서 쥐 똥인 잔뜩 나왔고, 방안에 쥐구멍도 발견됐다”며 “할머니의 집착이 비정상적으로 강해 이대로 방치하면 또다시 쓰레기 집이 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이에 대해 권정미 행복나눔센터 팀장은 “구청차원에서 계속된 관리는 물론이고 필요하다면 할머니 심리상담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유미기자 yu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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