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서구 어사또·풍국주정 직원, 단독주택서 쓰레기 7톤 수거
대구 달서구 공무원과 성서공단 임직원들이 쓰레기더미에 파묻힌 가족을 구했다.
달서구 행복나눔센터 어사또(어려운 사람은 달서구가 도와드립니다) 출동팀과 성서공단 풍국주정 직원들은 12일 오전 달서구 상인동 한 주택에서 1톤 트럭 2대와 5톤짜리 청소차 적재함을 가득 채울 정도의 쓰레기를 수거했다. 이들이 처음 이 집에 도착했을 때 단독주택 마당과 현관은 물론 안방까지 폐지와 페트병, 망가진 수레, 우산, 우유곽, 비닐봉지 등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이들 쓰레기는 고교 1년 손자와 함께 사는 노부부가 재활용품으로 팔기 위해 그 동안 모은 것들이다.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집안에 쓰레기가 많았지만, 수시로 판매했기 때문이다. 재활용품 수집과 판매를 맡아 온 이모(79) 할아버지가 중풍 등으로 거동이 불편, 팔지 못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함께 수거해 온 할머니 윤모(79)씨가 “전부 돈이다. 언젠가는 팔 거다”며 팔지도 못하는 것은 모으기만 했다. 거실 한쪽에는 헌 옷을 담은 자루가 천장에 닿을 정도였다.
어사또 팀 등 30여명이나 붙었지만 이 쓰레기를 대문 밖으로 빼내는 데만 꼬박 1시간이 걸렸다.
청소 소리가 들리자 하나 둘 대문 밖으로 나온 이웃 주민들은 모두가 반색했다. 한 주민은 “여름에는 악취와 벌레 때문에 창문을 열어놓을 수 없었고, 그 집 할머니와 싸움도 다반사로 벌어졌다”며 “쓰레기 집하장처럼 보이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고물을 담장 안으로 던지는 일도 왕왕 있었다”고 말했다.
할머니 윤씨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쓰레기더미 속에 가족이 묻히더라도 재활용품으로 팔 수 있는 것을 치우는 게 화가 난 듯 했다. 이날 어사또 팀 등을 향해 “이게 다 쓸 건데 버릴 수 없다”며 진입을 막기도 했다. 이날 청소할 것이라는 연락을 받고는 큰 보따리로 3개나 되는 쓰레기를 2층의 다른 세입자에게 몰래 맡겨두기까지 했다. 어사또 팀은 윤씨의 반발로 안방 쓰레기는 결국 치우지 못했다.
김시우(50) 풍국주정 차장은 “거실에서 쥐 똥인 잔뜩 나왔고, 방안에 쥐구멍도 발견됐다”며 “할머니의 집착이 비정상적으로 강해 이대로 방치하면 또다시 쓰레기 집이 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이에 대해 권정미 행복나눔센터 팀장은 “구청차원에서 계속된 관리는 물론이고 필요하다면 할머니 심리상담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유미기자 yu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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