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영상 채팅을 하도록 유도해 촬영한 뒤 이를 유포하겠다며 협박, 수억원을 뜯어낸 ‘몸캠 피싱’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사기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몸캠 피싱 총책인 중국 동포 차모(30)씨와 인출책 최모(21)씨 등 일당 8명을 구속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들 일당은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경우 신고를 하면 곧바로 계좌 지급정지가 되지만 몸캠 피싱은 지급정지까지 최대 일주일 가까이 걸리는 점을 노렸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차씨 등은 2014년 12월 말부터 올해 1월까지 35개의 대포통장을 이용, 피해자 54명으로부터 총 2억9,500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몸캠 피싱 외에도 수사기관을 사칭하는 기존 보이스피싱과 조건만남 사기 등으로 돈을 뜯기도 했다.
경찰조사 결과 총책인 차씨는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해 2곳 이상의 중국 콜센터와 국내 인출팀 등을 실시간으로 지휘하며 통장 모집과 사기 전화, 피해금 인출과 송금까지 범행 전 과정에 관여했다. 대포통장은 아르바이트 사이트에 허위 구인광고를 낸 뒤 지원자들에게 ‘급여통장이나 카드를 보내라’고 속여 마련한 것으로 드러났다.
차씨는 피해자들에게서 입금 받은 돈 중 일부를 빼돌린 인출책을 조직에서 쫓아내면서 입막음을 하기 위해 신분증을 들고 피싱 범행을 시인하는 동영상을 찍은 뒤 폭행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차씨는 올해 초 경기 시흥의 한 빌라에 중국 도박 게임기 2대를 설치해 놓고 불법 게임장을 운영하기도 했다”면서 “차씨가 중국에서 게임기 7대의 추가 반입을 진행 중인 것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편 차씨는 “성인 게임장을 운영하러 한국에 온 것이지 조직의 총책이 아니다”며 범행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형직기자 hj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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