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서 이민개혁 집행비 뺀 예산안, 민주당 필리버스터에 막혀 또 좌절
공화 상·하원 지도부 서로 책임 전가
“이제는 상원이 제 역할을 할 때다”(존 베이너 하원의장ㆍ공화), “무슨 소리냐. 상원에서 우리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미치 매코널ㆍ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올해 들어 상ㆍ하원을 모두 장악하게 된 미 공화당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본때를 보여주려고 시작한 이민개혁안 무산 시도가 오히려 ‘적전분열’양상의 자충수로 귀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1일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하원에서 공화당 주도로 올려 보낸 예산안이 민주당 반대로 상원에서 번번이 통과가 좌절되자, 공화당 상ㆍ하원 지도부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상원은 지난주 연거푸 세 차례나 ‘국토안보부의 2015회계연도 예산안’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의 이민개혁 행정명령 집행비를 뺀 예산안을 절차 투표에 부쳤으나 민주당의 일사불란한 반대로 통과시키지 못했다. 상원 100석 가운데 공화당 의석이 54석으로 다수지만, 찬성표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피하는 데 필요한 60표를 얻지 못한 것이다.
이번주 들어 공화당의 야심 찬 시도가 무산될 것이 갈수록 확실시되면서 공화당 상ㆍ하원 지도부는 상소리까지 섞어가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상원 지도부가 ‘하원에서 올라온 법안 내용이 너무 과격해 민주당 양보를 받아낼 수 없다’고 한탄하자, 베이너 하원의장은 금기시되는 단어(ass)를 섞어가며 “왜 상원에서는 민주당에게 게으름 그만 피우고(get off their ass) 법안을 처리하라고 요구하지 못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베이너 의장 발언이 나오자, 해리 리드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공화당 내분을 즐기는 듯 “베이너 의장이 당혹스러워 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욕설이 이런 교착 상태를 초래한 공화당의 집안 싸움을 해결할 방안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의 리처드 더빈 상원의원도 “그들은 이제 자신들의 전략이 패배하는 전략이라는 점을 깨달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입장에서 더욱 심각한 것은 마땅한 출구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바마 대통령 이민개혁 행정명령을 모두 무효화시키는 현재 법안을 계속 밀어붙이다가 자칫 이달 27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국토안보부가 식물 상태로 빠지기 때문이다. 2013년 연방정부 폐쇄 당시 여론의 질타로 궁지에 몰렸던 공화당 지도부로서는 무조건 피해야 하는 시나리오다.
이에 따라 공화당 내부에서는 전략 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일부 강경파가 정부 폐쇄까지 불사해야 한다고 버티면서 명예로운 후퇴를 위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존 코닌(텍사스), 라마 알렉산더(테네시) 상원의원 등은 상ㆍ하원 지도부에 오바마 대통령의 이민개혁 행정명령을 봉쇄하겠다는 작전을 포기하든가, 단기 예산안을 또 통과시켜 부처 폐쇄 시한을 늦추는 임시방편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2016년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강경 보수파 테크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은 “민주당의 양보를 얻어 내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이 의회에 요청한 각료 인선을 거부하는 등 뭐든지 해야 한다”며 “최악의 경우에는 연방정부를 폐쇄시키는 것도 불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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