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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책장] 자본·사회주의 상호 견제 자유와 평등 확산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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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책장] 자본·사회주의 상호 견제 자유와 평등 확산 이끈다

입력
2015.02.1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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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중국에서 가장 뜨겁게 화제가 되고 있는 책은 ‘역사의 교훈’이다. 이 책은 20세기를 대표하는 미국의 문명 사학자 겸 철학자인 윌 듀런트가 고대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인류 문명사를 다룬 대작 ‘문명 이야기’를 집필하고 난 뒤 얻은 깨달음을 아내 아리엘 듀런트와 함께 1968년 정리해 낸 오래된 책이다.

47년 전 미국에서 나온 이 서적이 갑자기 중국에서 인기를 끌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중국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추천했기 때문이다.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호랑이(고위 부패 관료)는 물론 파리(하위 부패 관료)까지 한꺼번에 때려 잡겠다는 시 주석의 반(反)부패 투쟁을 일선에서 실행하고 있는 막강 조직이다. 저우융캉(周永康)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정법위원회 서기를 비롯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지난 1년간 기율 위반 등 혐의로 처분을 내린 당원 간부들만 무려 7만1,000여명이다. 이런 중앙기율기율검사위원회가 추천한 책이니 중국 지도층이라면 안 읽어볼 수가 없다. 한 달도 안 돼 이 책의 판매량이 10만부를 넘어선 이유다. 중앙기율검사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왕치산(王岐山) 서기가 실은 역사학도였다는 점도 이 책의 추천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역사의 교훈’ 중 중국인들에게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제9장 ‘사회주의와 역사’일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한무제를 비롯 중국이 역사상 국가 사회주의실험을 여러 번 시도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높은 세금, 징병제, 관리 계급의 부패 등이 이러한 실험을 망쳤다고 주장한다.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강조하고 싶은 대목이다. 저자는 헤겔의 정-반-합 공식에 따라 산업혁명을 정,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대립을 반으로 본다면 세 번째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합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부의 집중은 자연스럽고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폭력이나 평화적인 방법으로 부분적인 재분배가 이뤄져 그런 집중을 완화시킨다, 모든 경제사는 부를 집중하고 억지로 재순환시키는 광대한 들숨과 날숨이다” “부의 집중이 임계점에 도달했을 때 역사에선 서로 다른 방식의 대응이 있었다, 입법이나 평화적인 방식으로 부를 재분배하기도 하지만 혁명이나 폭력적인 수단으로 궁핍을 재분배하기도 한다” “자본주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사회주의는 자유를 늘리고, 사회주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본주의는 평등을 증가시키고 있다” “동방은 서방이 되고, 서방은 동방이 되고 있으니 머잖아 둘은 서로 만날 것이다” 등 저자의 혜안이 빛나는 문구에 중국인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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