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시장 수입차 점유율 18.1%
현대ㆍ기아차 60% 수성 '빨간불'
미국 시장 점유율도 7%로 하락
"올해가 車 산업 변곡점" 전망
뒤처진 R&D 집중투자 결정 "다행"

거침 없는 성장으로 세계 완성차 업계 5위까지 올라간 현대ㆍ기아자동차가 연초부터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며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서울 삼성동의 한국전력공사 본사 부지를 고가로 매입하며 불안감을 드리운 가운데 시장 점유율까지 흔들려 올해 실적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1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수입 승용차 내수 점유율이 역대 최대인 18.1%까지 상승한 지난달 현대차의 점유율은 31.9%로 떨어졌다. 월별 점유율 통계를 따로 뽑지 않지만 2010년 이후 현대차 연간 점유율이 35% 아래로 내려간 적이 한번도 없다. 지난달 기아차 점유율 28.8%를 더해도 현대ㆍ기아차의 내수시장 승용차 점유율은 60.7%로 ‘60% 선’ 붕괴 직전까지 몰렸다.
미국 시장 점유율도 떨어지는 분위기다. 지난달에 현대차는 지난해 동기보다 1.1%, 기아차는 3.5%씩 판매량이 늘었지만 현대ㆍ기아차의 시장 점유율은 7.2%로 오히려 내려갔다. 미국 토종업체 및 엔저 효과를 내세운 일본 업체가 끌어올린 평균 판매 증가율(13.7%)을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착실하게 넓혀온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 마저도 불안하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등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는 10.3%, 기아차는 6.4% 판매량이 줄었다. 반면 중국 업체들의 승용차 판매량은 지난해 1월보다 34.1% 급증했다. 인도에서는 판매량이 4.1% 증가했지만 평균 판매 증가율(5.8%)에 미치지 못했다.
올해 국내외 동반 부진 조짐이 그간 연구개발(R&D) 투자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현대ㆍ기아차의 국내외 R&D 투자는 2007년 17억9,000만 달러에서 2013년 28억2,000만 달러로 증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친 2008년과 2009년을 제외하면 매년 R&D 투자가 늘었지만 환율 등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한 지난해에 28억 달러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전년보다 감소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반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일본 토요타나 독일 폭스바겐 등의 R&D 투자액은 현대ㆍ기아차보다 3배 이상 많다. 토요타의 경우 지난해 R&D 투자가 87억 3,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82억 7,000만 달러)에 비해 5% 이상 늘어나는 것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해는 독일 업체들이 디젤 하이브리드로 승부를 걸 예정이라 세계 자동차산업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현대ㆍ기아차는 수익성과 시장 점유율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부터 4년간 31조원을 R&D에 집중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평가한다. 최중혁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R&D 투자 우선 순위를 당장 시급한 친환경차로 잡은 것은 적절한 것 같다”며 “저유가가 지속되면 그만큼 친환경차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ㆍ기아차는 1월 실적만으로 올해 전망을 따지기 이르다는 입장이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지난달 해외공장 근무일수가 줄어든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며 “현대 아반떼와 투싼, 기아 K5와 스포티지 등 신차들이 계속 출시될 예정이라 당초 목표대로 세계 시장 점유율이 크게 높아지지 않아도 판매량은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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