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164호 투자금 절반 날려
손실 구간 진입 상품들 속속 만기에
국제 유가 급락으로 원유 관련 파생결합증권(DLS)에서 원금 손실이 처음으로 확정됐다. 유가가 50~60달러 선에서 계속 머무를 경우 앞으로 만기가 상환되는 원유 DLS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11일 현대증권에 따르면 만기가 12일인 ‘현대able DLS 164호’에서 원금의 47.32%가 손실로 확정됐다. 이 DLS의 발행액은 3억9,550만원으로 투자자들은 투자한 원금 중 약 2억800만원만 돌려 받을 수 있어, 1억9,000만원 가량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 상품은 서부텍사스산(WTI) 원유와 금, 은을 기초자산으로 지난해 2월14일 발행됐다. 발행 당시 WTI가 기준가격(배럴당 100.35달러)의 55%인 55달러 미만으로 떨어지지만 않으면 연 7.4%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상품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WTI가 반년 새 50달러 선으로 급락하면서 결국 원금손실구간(녹인)에 진입했고 만기평가일까지 유가가 오르지 못하면서 원금이 반토막 났다. 10일 기준 WTI는 배럴당 50.02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6월(115달러 수준)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문제는 유가급락으로 만기를 앞둔 원유 DLS 규모가 갈수록 늘어난다는 데 있다. 당장 이달 25일과 26일 만기 상환되는 대신증권 ‘DLS 130호’, ‘133호’도 이미 녹인 구간에 진입한 상태여서 원금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 미상환 발행잔액은 1조3,000억원으로 이중 최근 유가 급락으로 녹인에 진입한 DLS 발행잔액만 9,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달 만기가 돌아오는 DLS 중 녹인 구간에 진입한 DLS는 총 3종, 30억원 상당이다. 유가가 빠른 시일 내에 회복되지 않으면 3월(25억원), 5월(45억원) 등 손실액은 계속 불어날 전망이다. 강유진 NH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원유 시장의 과잉공급 부담으로 유가가 당장 큰 폭의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하지만 만기가 올해 말이라면 지금 당장 환매하지 말고 회복 시점까지 기다려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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