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전자담배를 피우던 전모(19)군은 지난해 8월 담뱃값이 두 배로 뛴다는 소문을 듣고 무릎을 쳤다. 흡연자들이 대거 전자담배를 살 테니 전자담배용 니코틴 액상을 만들어 팔면 큰 돈을 만질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범행을 위해 전군은 커피숍, 정비소 등에서 아르바이트 해 번 돈으로 경기 용인에 월세 30만원짜리 오피스텔까지 얻었다.
전군은 여자친구 김모(18)양과 재료를 사 모으기 시작했다. 9회에 걸쳐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서 직접구매로 니코틴 원액 19.9ℓ를 사 들였다. 해외에서 니코틴을 구입하려면 관세청에 신고하고 세금을 내야 하지만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니코틴을 희석하는 데 쓸 식물성 글리세린, 프로필렌글리콜 등은 식품첨가물로 분류돼 있어 국내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손쉽게 구할 수 있었다. 이들은 인터넷에서 찾은 니코틴 액상 제조법을 이용해 제품을 만들었다.
액상을 완성한 이들은 본격적으로 홍보에 나섰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블로그, 카페 등에 ‘전자담배용 니코틴 액상 10㎖를 8,000원에 판다’는 글을 올리자 문의가 쇄도했다. 시중 가격보다 20% 이상 싼 가격이었다. 사용자가 원하는 향료에 배합할 수 있는 니코틴 용액도 최대 60%까지 저렴하게 판매했다. “이렇게 싼 값이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물어오는 소비자에게는 주류 및 통신판매 사업자 등록증 사진을 보여줬다. 이 등록증은 전군이 세무서에 신청해서 받은 것이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이달 4일까지 6개월여간 688회에 걸쳐 니코틴 액상 등을 판매해 2,700여만원을 벌어들였다. 이 돈은 생활비, 유흥비 등으로 모두 탕진했다. 경찰은 불법 판매를 하고 있다는 첩보를 접수, 이들을 붙잡았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이들을 담배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은 담뱃값이 대폭 오르면서 대체재로 떠오른 전자담배가 청소년 범죄의 도화선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2일에는 10대 3명이 전자담배 판매점 유리문을 골프채로 깨고 들어가 니코틴 액상 등을 훔치다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자담배를 접한 청소년들이 관련 범죄를 주로 저지르는 것으로 보인다”며 “청소년에게 전자담배와 니코틴 액상을 판매하는 곳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fac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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