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된 명의 도용 피해자 43명
타인 명의의 고급 수입차 100여대를 대포차로 유통시킨 일당이 검거됐다. 기업형으로 운영되는 대포차 유통조직이 붙잡힌 것은 처음이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벤츠, 재규어 등 수억원대 수입차를 리스해 대포차로 불법 판매해온 혐의(자동차관리법 위반 등)로 유통책 김모(38)씨 등 2명을 구속하고 출고책 김모(33)씨 등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은 중국으로 달아난 주범 황모(32)씨를 뒤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3년 10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차량 165대(100억원 상당)를 대포차로 유통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유령회사를 차려놓고 총책 모집책 출고책 유통책 등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우선 모집책이 “렌터카 사업에 쓸 외제차를 리스하는데 한 사람이 여러 대를 리스할 수 없으니 명의를 빌려달라. 대가로 500만원을 주겠다”고 사람들을 꼬셨다. 총책은 이렇게 모은 사람들의 신분증 사본과 주민등록등본 등을 자동차 판매상인 출고책에게 주고 리스 차량을 출고했다.
이어 총책은 차량을 정상 판매가의 40~50%만 받고 사채업자에게 넘겼다. 사채업자가 낀 이유는 바로 현금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사채업자는 지불한 액수보다 10% 높은 가격을 받고 유통책에게 차를 넘겼고 유통책은 중고차 거래 사이트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대포차를 팔았다. 워낙 많은 차량을 팔다 보니 유통책 김씨는 한 중고차 거래 사이트에서 전국에 3~4명뿐인 최고등급을 유지, 첫 화면에 매물을 올릴 수 있는 지위를 누리기도 했다.
출고책은 정상적인 자동차 판매상이지만 성과를 올리기 위해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차량을 많이 팔아 최우수 판매왕으로 선정되면 자동차 회사로부터 분기당 1,000만원을 성과급으로 받는 데다 실적을 바탕으로 스카우트 제의를 받을 수 있는 점을 노렸다.
확인된 명의 도용 피해자는 43명으로, 택배기사 등 돈이 궁한 서민들이었다. 피해자들은 매달 내야 하는 리스비가 연체돼 리스 회사에서 연락을 받거나 범칙금 고지서를 받고 나서야 자신 명의로 리스한 차량이 대포차로 유통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일부 피해자는 차량이라도 돌려받기 위해 유통책을 찾아갔지만 “명의를 빌려준 게 잘못한 일이다. 리스비를 내지 않으면 차량을 찾지 못하게 해외로 밀수출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 5,000만원을 내고 차량을 받은 피해자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명의를 빌려주면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으니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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