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여성은 출입금지' 팻말을 20년 전 없앨 만큼 남녀 차별
260년 역사 골프 클럽 R&A, 소렌스탐 등 여성 7명 회원으로
스코틀랜드의 로열 앤드 에인션트(R&A) 골프 클럽이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45ㆍ스웨덴) 등 첫 여성 회원 7명을 발표하며 ‘금녀(禁女)의 벽’을 허물었다.
골프의 발상지로 불리는 R&A 골프 클럽은 11일 “소렌스탐 등 7명이 260년 클럽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회원이 됐다”고 밝혔다.
피더 도슨 R&A 골프 클럽 회장은 “우리 클럽도 이제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조건이 됐다. 3년 내에 여성 회원 수를 15명으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R&A 골프 클럽은 소렌스탐 외에 영국 앤 공주, 메이저 대회에서 4승을 거둔 로라 데이비스(영국), 스코틀랜드 여자 아마추어 대회에서 7승을 거둔 벨 로버트슨(영국),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한 흑인 선수 르네 파월, LPGA 투어 창립자 가운데 한 명인 루이스 서그스(이상 미국), 선수 출신으로 국제골프연맹(IGF) 회장을 지낸 랠리 시가드(프랑스) 등 7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번에 선정된 여성 회원 7명 가운데 6명이 골프 선수였고 앤 공주만 비(非)골프선수 출신 회원이다. 앤 공주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 승마 선수로 출전한 경력이 있으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다.
메이저대회 10승을 포함해 LPGA 투어에서 72승을 거둔 소렌스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행운의 여성이 돼 영광스럽다”며 R&A 골프 클럽 회원이 된 소감을 전했다. 데이비스도 “역사적인 순간이다. 내가 그 행운의 일부가 됐다”고 기뻐했다.
R&A 골프 클럽은 1754년 설립된 골프장이다. 4대 메이저대회 가운데 하나인 디 오픈(브리티시 오픈)을 주관하고, 세계 골프 규칙을 만들고 개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R&A 골프 클럽은 입구에 ‘개와 여성은 출입금지’라는 팻말을 세워 놓았다가 불과 20년 전에야 없앴을 만큼 여성 차별이 심했던 곳이다. 그 동안 남성들만 회원으로 받아오다가 지난해 9월 회원 투표를 실시해 85% 찬성으로 여성 회원의 입회를 허용하기로 했다. 이 골프 클럽은 여성 회원을 받아들이기로 한 지 5개월 만에 ‘금녀의 벽’을 허물었다.
‘명인들의 열전’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개최하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에 이어 R&A 골프 클럽까지 여성 회원을 허용하면서 이제 남은 ‘금녀의 벽’은 스코틀랜드의 로열 트룬 골프 클럽과 로열 세인트 조지, 뮤어 필드 등 세 곳으로 줄었다. 이 중 2016년 디 오픈 개최 예정지인 로열 세인트 조지는 지난달 “남성 회원만 받는 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