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담과 덕담은 만난다. 노무현에서다. 우파는 저주한다. 문재인호(號)엔 유령이 타고 있다. 난파를 피할 수 없다. 추억파는 불초(不肖)가 아쉽다. 선친은 고빗길을 감내한 승부사였다.
“지금의 야당은 지난 10년간 한 해 평균 3명씩 당대표를 바꿔 왔다. (…) 며칠 전 새로 뽑힌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2004년 열린우리당 때부터 따지면 딱 30번째 당(黨)대표다. (…) 문 대표의 운명 역시 아무도 모른다. 4월 국회의원 재ㆍ보선 3곳에서 전패(全敗)하면 일찍 낙마할 가능성도 있다. 이 파고를 넘으면 내년 4월 총선이 기다리고 있다. (…) 내년 총선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공천 과정에서 당이 쪼개질 수도 있다. (…) ‘친노(親盧) 독식’이라는 말이 나오면 당의 분열이 가속화될 것이다. 문 대표는 이번에 경쟁자였던 박지원 의원에게 3.5%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2년 전 대선에서 48%를 득표한 야당의 유력 대선 주자답지 않은 박빙의 접전이었다. (…) ‘친노 대(對) 비노’로 쫙 갈라진 당의 현실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문 대표는 “앞으로는 계파의 ‘ㄱ’자도 나오지 않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 박근혜 대통령에게 ‘국민 통합’을 주문해온 문 대표가 정작 정치적으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인 정당의 내부 통합조차 제대로 못 할 경우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 야당 안팎에는 ‘친노 강경’ ‘비노 온건’이라는 표현이 널리 퍼져 있다. (…) 친노라고 다 강경파는 아닐뿐더러 비노 역시 전체가 대화론자이고 온건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 그런데도 ‘친노=강경’이라는 통념이 굳게 자리 잡고 있다. 친노 문제, 더 나아가 현재 야당이 겪는 위기의 본질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것은 ‘친노’라는 단어로 상징되는 야당의 정치 행태에 대한 거부감이다. 지금의 야당이 계절마다 당명을 바꾸고 1년에 당대표를 3명씩 갈아치우는 체질로 바뀐 것은 열린우리당 시절부터였다. (…) 내부 위계도 무너졌고 당을 하나로 묶는 리더십도 사라졌다. 자신의 주장과 이해관계만 앞세우면서 각자도생(各自圖生)했다. (…) 노무현 대통령과 유시민 장관 등 친노 핵심 인물들이 이런 식으로 남의 가슴을 후벼 파는 정치에 앞장섰다. 그러면서 ‘친노=강경’ 이미지가 굳어졌다. 이후 야당이 두 번의 대선과 총선에서 거듭 패한 것은 결국 이런 ‘싸가지 없는 정치’ 때문이었다. 야당의 잇단 선거 패배를 다룬 보고서들도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정치 행태를 가장 큰 패인으로 꼽았다. 요 몇달 야당이 조용해진 듯했다. (…) 그러나 문재인 신임 대표 취임 후 ‘싸가지병(病)’이 다시 도질 조짐이다. 대통령을 비판하는 문 대표의 말부터 부쩍 거칠어졌다. (…) 이래서는 문 대표가 ‘친노 정치’의 한계를 뛰어넘기 어렵다.”
-야당의 ‘싸가지病’ 다시 도진 건가(조선일보 기명 칼럼ㆍ박두식 논설위원) ☞ 전문 보기
“본래 정가 안팎에서는 권력의지 박약을 정치인 문재인의 최대 약점으로 꼽았다. (…) 그러나 이번 새정치민주연합 당권 경쟁과정을 지켜본 이들이라면 더 이상 문재인이 적어도 권력의지가 약하다고 말하지 않을 것 같다. 처음엔 당권경쟁에 뛰어들지 말지 좌고우면하는 듯 했지만 일단 참여 결정을 내린 뒤에는 당권을 반드시 쥐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줬다. (…) 특히 경선 막판에 자신에게 불리한 당원ㆍ일반국민 여론조사 합산방식 시행세칙 문제를 제기해 관철시킨 것은 당권 쟁취를 향한 문재인의 집념을 잘 보여줬다. (…) 결국 문재인은 3.5%포인트 차로 박지원을 누르고 당권을 거머쥐었다. 대세론을 구가한 것치고는 근소한 표차다. (…) 지금 친노 진영은 가슴을 쓸어 내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경선 승리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한 문재인 진영에 박수를 보내고 싶지는 않다. 국민들에게 더 큰 감동을 줄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렸다고 보기 때문이다. (…) 국민들은 대범하게 손해를 감수하는 정치인의 모습에 감동한다. 문재인이 변경 전 여론조사 룰이 자신에게 불리해도 경선전이 시작됐으니 그냥 가자고 했다면 어땠을까. (…) 대범하게 양보하는 모습이 투표와 여론조사에도 더 좋은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고, 야권의 차기 대선주자 문재인의 위상을 한층 단단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고비마다 손해가 분명한 길을 마다하지 않아 국민들을 감동시켰다. 노무현 정신을 이어받겠다는 문재인에게서 그런 면모를 보기 어렵다는 게 아쉽다. 그는 국회의원 지역구도 텃밭의 안전한 선거구를 선택했다. 2012년 대선 때 안철수와의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선제적으로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함으로써 후보단일화의 시너지 효과를 반감시켰다. 그 결과 본선에서는 ‘무난하게’지고 말았다. (…) 이승만ㆍ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는 한 단계 발전이지만 전날 전당대회 대표 수락연설에서 박근혜 정부와의 전면전 선언과는 아귀가 잘 안 맞는다. 친노의 중심에 자리한 문 신임대표는 앞으로 계파의 ‘ㄱ’자도 나오지 않겠다고 계파 종결을 선언했다. 내 것을 양보하고 내려놓지 않으면 지킬 수 없는 약속이다. 하지만 기회는 아직 있다. 권력의지에 충만한 문재인이 앞으로 국민들에게 감동의 정치를 선사하게 될지 기대해도 될까.”
-문재인에게 없는 것(2월 10일자 한국일보 기명 칼럼ㆍ이계성 수석논설위원) ☞ 전문 보기
* ‘칼럼으로 한국 읽기’ 전편(全篇)은 한국일보닷컴 ‘이슈/기획’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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