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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의 길 위의 이야기] 새봄

입력
2015.02.1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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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입춘(立春)이 있었다. 입춘은 말 그대로 봄이 똑바로 선다는 뜻이다. 그날은 정말 봄날처럼 따듯하고 포근했다. 나도 모르게 “봄, 봄, 봄”하고 또박또박 발음해보기도 했던 것 같다. 오늘 당장은 아니더라도 곧 근사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봄이니까 마음을 다잡고 그간 소홀히 여겼던 것들에 신경을 기울여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봄이란 그런 계절이다. 겨우내 얼었던 심신이 누그러지는 계절, 때때로 아지랑이가 피어올라 추억을 아른거리게 하는 계절, 봄바람에 간절함을 담아 새로운 결심을 할 수 있는 계절. 제주도에서 풍년을 기원하는 입춘굿을 하거나 입춘대길(立春大吉)을 벽이나 문짝 따위에 써 붙이는 것도 다 이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어떻게든 전해져 오는 소식처럼, 어떻게든 되돌아오는 말 한마디처럼 봄은 온다. 입춘 다음 날에는 거짓말처럼 몹시 추웠다. 곳곳에서 함박눈이 내리기도 했다. “입춘 거꾸로 붙였나”라는 속담이 떠올라 피식 웃었다. 그러나 새봄을 거꾸로 붙여도 헌 봄이 오지는 않을 것이다. 볕, 불, 보다 등 봄의 어원을 둘러싼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봄은 볕처럼 내리쬐는 계절, 불처럼 따뜻해지는 계절, 돋아나는 것을 보는 계절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봄에 왔던 사람, 봄에 돌아온다던 사람을 생각한다. 봄에 만나자던 새싹 같은 약속들도 떠오른다. 봄을 기다리며 매일매일 물을 줘야겠다. 기다림이 있어 봄은 늘 새봄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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