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와 함께 이야기가 계속됐다. 주당으로 소문난 배우 오달수(47)는 낮술을 홀짝이며 문답을 이어갔다. 지문이 여러 차례 겹쳐진 컵에 캔맥주를 쪼르르 따르며 “남기면 아깝잖아요”란다. 오달수는 11일 개봉한 영화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감독 김석윤ㆍ조선명탐정2)로 4년 만에 속편을 들고 관객들을 찾는다. 개봉 전날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몸에 붙는 슈트에 페이즐리 패턴이 돋보이는 넥타이를 맨 오달수와 마주 앉았다.
신스틸러, 명품조연과 같은 단어는 이제 식상하다. 이제 오달수의 이름 앞에는 한국영화 사상 개인 누적 관객 1억명을 넘긴 최초의 배우라는 긴 수식어가 붙는다. 오달수는 1,300만명을 돌파한 최근작 국제시장을 비롯해 도둑들, 번방의 선물, 변호인, 괴물의 목소리 출연까지 5편의 1,000만 영화로 남부럽지 않은 흥행 신기록을 가졌다. 오달수는 “재미있는 통계일 뿐이죠. 적당한 비유가 될까요? 고속버스 운전기사가 서울에서 부산을 왕복하며 지구를 100바퀴쯤 돈 것과 다르지 않아요”라며 겸손해했다. 동료 배우, 감독들로부터는 오히려 놀림감이 됐다며 부끄러워했다.
오달수는 쉬는 날이 없을 정도로 다작을 하는 편이다. 시리즈물은 이 영화가유일하다. 이 영화도 1편 개봉 후 4년 만에 관객과 만난다. 오달수는 “2편을 덤비는 경우가 흔하지 않죠. 저는 1편을 돌아보는 계기이자 반성하는 시간이 됐어요. 속편을 만들길 잘했어요. 정리가 된 느낌이랄까요”라고 설명했다.
오달수는 유독 남자 배우와의 케미스트리가 뛰어나다. 조선명탐정2의 김명민과, 국제시장에서는 황정민과, 변호인에서의 송강호와의 호흡이 그랬다. 오달수는 주로 남자 주인공을 어시스트하는 역할을 연기한다. 그의 연기는 작품에서 자신을 앞세우지 않는 점이다. 상대 배우에 자신을 맞춰주고, 희석한 연기를 한다. 오달수는 “상대방이 좋아서 그래요. 믿음이 가니 남자 배우와의 자연스런 호흡이 나오는 겁니다. 그러고 보니 웬만한 배우들과는 한번씩 연기를 해봤네요. 하하하”라며 소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조선명탐정2는 오달수가 작품을 고르는 기준과 다른 선에서 출발했다. 오달수는 시나리오가 단번에 읽히고, 마음을 흔들며, 독파 후에 술을 마시게 되는 작품을 십중팔구 선택한다. 조선명탐정2는 다른 기준이 적용됐다. 바로 의리다. 김석윤 감독의 지휘 아래 김명민과의 호흡이기에 오달수의 말을 빌리면 “무조건 가야 했다”고 한다.
전편과 달리 이번 영화에서는 뛰고 나는 등 움직이는 연기가 많았다. 비거라는 조선시대 행글라이더를 타고 반나절 이상 공중에 매달린 와이어 연기도 소화했다. 고소공포증을 극복할 만큼 공중으로 올랐다 내려가기를 반복했다. 오달수는 “안전장치가 잘 돼 있지만 액션신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아니 피하는 게 이상했죠. 생각하지 끔찍한 순간이 많았는데 벌써 3편 얘기가 나와요. (속편) 들어가려면 체력이 떨어지기 전에 해야 해요. 힘들어요. 아주”라고 말했다.
오달수는 연출가 이윤택의 연희단거리패에서 연극을 시작한 뒤, 2005년 영화계로 넘어온 지 10년 만에 58편에 출연했다. 그와 비슷한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는 있어도 그를 대체할 수는 없다. 왜 오달수일까?
“이윤택 선생이 예전에 ‘달수야 너도 햄릿 해보고 싶지, 그런데 배우는 꼬라지대로 연기해야 한다’고 얘기했어요. 당시는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요즘 이해가 가요. 오버하지 마라는 얘기에요. 내가 잘하는 연기를 보여주라고요. 영화라는 기록에 남을 짓을 하는데 열심히 해야죠.”
이현아기자 lalala@hksp.krㆍ사진=김지곤기자 photo@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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