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가 오는 5월 모스크바에서 개최할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백악관이 9일 밝혔다. 백악관은 아울러 박근혜 대통령의 행사 참석에 대해서도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벤 로즈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이날 워싱턴 외신기자클럽 회견에서 미국 지도자의 기념행사 참석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국가 정상급에서 참석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모스크바에 갈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가 오바마의 모스크바 승전 기념행사 불참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로즈 부보좌관은 또 박 대통령이 모스크바 전승기념 행사에 참석할 경우에 대한 질문에 “전 세계가 주권 존중과 영토 단일성이라는 원칙에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국(러시아)이 소국(우크라이나)을 괴롭히는 등 과거 방식이 더는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존중하는 차원에서라도 우크라이나와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는 나라도 국제적 원칙을 위해 일치단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우크라이나 분리독립 반군을 지원해 내전을 초래한 러시아가 주도하는 행사에 참여하면 러시아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러시아는 매년 5월 9일 나치 독일을 무찌르고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날을 기념하고 있다. 주요 연도 기념식에는 여러 외국 정상들이 초청된다. 2005년 60주년 기념식에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 등 53개국 정상들이 참석했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도 참석했으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초청받았으나 참석하지는 않았다.
러시아는 지난해 중반 세계 주요국 지도자들에게 승전 70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요청하는 초청장을 보냈다. 지금까지 초청을 수락해 모스크바 방문 계획을 확인한 지도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등 약 20개국 정상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대통령 공보실은 지난달 말 연합뉴스의 질의에 답하면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5월 승전 기념행사 참석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주요 서방국 지도자들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러시아와의 갈등 때문에 기념행사에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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