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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점유율 합산규제 싸고 '新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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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점유율 합산규제 싸고 '新삼국지'

입력
2015.02.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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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유율 3분의 1 못 넘게 제한'

13일 미방위 법안 소위 상정 검토

KT, 점유율 28% 넘어 큰 타격

케이블TV, KT 결합상품에 잠식

중국의‘삼국지’에 보면 이호경식지계(二虎競食之計)란 전략이 나온다. 두 마리 호랑이가 먹이를 놓고 싸운다는 뜻으로, 조조가 유비와 여포라는 두 마리 호랑이를 한꺼번에 잡기 위해 내놓은 계책이다.

유비가 여포와 손을 잡는 것을 두려워 한 조조는 황제의 이름을 빌려 유비에게 여포를 죽이라고 시킨다. 여포가 쓰러진 뒤 유비를 치기 위해서다. 조조는 설령 실패해도 여포가 자기를 죽이려던 유비와 싸울 터이니, 나중에 둘 다 힘이 빠지면 어부지리로 손쉽게 격퇴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요즘 케이블TV, 인터넷TV, 위성방송을 아우르는 유료방송시장에 삼국지 속 한 장면 같은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오는 13일 유료 방송 시장 규제를 위해 법안소위 상정을 검토 중인 합산규제를 놓고 케이블TV업계와 KT,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등 3자가 벌이는 싸움이다.

합산규제란 한 사업자가 제공하는 모든 방송서비스의 시장 점유율을 합쳐서 전체 유료방송 시장의 3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여기 적용되는 사업자는 IPTV와 위성방송 KT스카이라이프를 갖고 있는 KT 뿐이다.

삼국지에 빗대 보면 KT는 세력을 키우는 유비다. 가입자가 계속 증가세인 IPTV 분야에서도 KT는 위성방송과 IPTV 모두 합쳐 773만 가구로, 전체 유료 방송시장의 28.1%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전체 시장에서 3분의 1 이상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합산규제가 적용되면 KT는 시장 점유율을 지금보다 5% 포인트 이상 늘릴 수 없게 된다.

KT로서는 합산규제 통과를 막아야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KT 관계자는 “합산규제는 사실상 영업을 하지 말라는 소리”라며 “시장 점유율 확대에 따른 폐해가 우려되면 기존 공정거래법을 적용하면 충분한데 사실상 특정 업체를 겨냥해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규정을 따로 만드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KT스카이라이프의 전국 257개 영업점 대표들은 10일 국회 미방위 소속 의원들을 방문해 합산규제 반대 탄원서와 서명서 2,000여장을 제출했다.

반면 한때 잘 나갔으나 세가 기울고 있는 케이블TV업계는 여포에 해당한다. 1,500만에 이르렀던 기존 케이블TV 시청가구들은 통신업체들의 이동통신, 초고속인터넷, IPTV를 함께 묶어 싸게 제공하는 결합상품을 쫓아 빠져나가면서 올해 1,406만 가구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케이블TV 1위업체인 CJ헬로비전(420만가구)이 KT의 IPTV(580만가구) 가입자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케이블TV업체 티브로드 관계자는 “KT가 저가 결합상품을 앞세워 시장을 무섭게 잠식하고 있다”며 “나중에 KT가 독점적 위치에 오르면 요금을 올려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으니 방송시장과 콘텐츠 산업 보호를 위해 합산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KT와 케이블TV가 합산규제를 놓고 싸우면 가장 득을 많이 보는 곳은 조조에 해당하는 또다른 IPTV업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다. 합산규제가 통과되면 KT에 족쇄가 채워진 사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결합상품으로 세를 불릴 수 있다.

그래서 통신ㆍ방송업계에서는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가 합산규제 싸움에서 어부지리로 가장 많은 이득을 볼 것이란 관측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케이블TV업계는 초고속인터넷, 이동통신 등 통신상품이 취약하다”며 “따라서 합산규제가 통과되면 최대 이득은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등 IPTV업체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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