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되면 새 학년이 시작된다. 학생들은 한 학년 진급하고, 교실도, 친구들도, 배우는 책도 바뀐다. 모든 것이 새 것으로 바뀌는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변화는 역시 담임교사가 바뀌는 일이다. 특히 초등담임교사는 대부분의 시간을 학생들과 함께 하며, 교과지도 및 평가, 생활지도 등을 전적으로 책임진다는 점에서 중ㆍ고교의 담임교사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새 학년 담임배정은 학부모들에게도 초미의 관심사다. 올해는 과연 어떤 분이 우리 아이의 담임선생님이 되실까? 그런데 3월 첫 날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새 담임선생님을 이야기했을 때 학부모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교사들이 있다. 부장교사들이다. 그들의 오랜 교직경력과 노련함을 인정해 부장교사를 선호하는 학부모들도 있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는 부장교사가 자녀의 새 담임이 됐을 때 기뻐하지 못한다. 이유는 부장교사가 바쁘기 때문이다. 부장교사들에게는 학생들을 돌보는 것보다 처리해야 할 다른 일들이 더 많다. 학급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다. 이들은 일반 교사들보다 많은 양의 학교업무를 담당한다. 특히 3월이 되면 새로운 교육과정 운영과 쏟아져 내려오는 각종 공문, 통계 작성, 끊임없는 교내 행사 등을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다. 학년 초 부장교사들의 하루 일과는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이런 현상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부장교사는 업무 처리를 위해 수업 중 교실을 비우거나, 자습을 시키기도 한다. 수업보다는 공문처리에 매달린다. 충분한 교재연구 및 수업준비가 이뤄지기 어렵다. 결국 맨손수업을 하거나, 아이스크림(i-Scream)과 같은 사설 프로그램에 수업을 의존한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는 이유는 불합리한 승진체계 때문이다. 승진을 목표로 하는 부장교사는 교장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특히 승진을 코앞에 두고 있는 교무ㆍ연구 부장은 주어진 업무를 불만 없이 완수해야 하며, 양이 많다고 투덜대서도 안 된다. 1등급을 받아야 교감이 될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장교사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업무 및 공문처리에 집중하게 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가르치는 일은 소홀해 질 수 밖에 없다.
부장교사를 바라보는 일반 교사들의 무관심도 한 몫 한다. 일반 교사들은 부장교사들에게 ‘당신은 어차피 승진을 바라는 사람이니, 당연히 학교 일을 많이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부장교사들의 과다한 업무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부장교사들이 업무를 많이 가져갈수록 자신들의 업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학교 업무는 제로섬 게임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째, 부장교사를 담임업무에서 제외시키고 주당 수업시수를 줄여줘야 한다. 행정업무에 집중해 학급관리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다. 이것은 교육부의 ‘교원 행정업무 경감방안’의 정책 취지를 살리는 것이며, 이를 통해 일반교사들의 행정업무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둘째, 부장교사들이 맡고 있는 업무량이 적절한가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대다수 학교에서는 부장교사들이 담임을 맡고 있다. 과다한 업무로 인해 학급 경영이나 교과지도에 지장을 받고 있다면 불필요한 업무를 축소하거나 과감히 폐지해야 한다. 셋째, 학교업무는 승진을 염두에 두고 있는 일부 교사들만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교사들의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을 돕는 것은 모든 교사의 사명이다. 일부 교사들에게만 업무를 떠넘겨서도 안 되고, 승진에 관심 없다는 이유로 업무를 등한시해서도 안 된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행위가 학생의 성장을 돕는 일련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우리 교육은 학생과 학부모가 만족할 수 있는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교사들 모두가 책임감을 가지고 한마음이 돼 최선을 다한다면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회복될 것이다. 공교육에 대한 수요자의 신뢰회복은 교육부는 물론이고 사회구성원 모두가 원하는 제1의 당면 과제가 아닌가. 교사가 학생지도에 전념할 수 있는 기본적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첫 번째 단추가 될 것이다.
손형국 성균관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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