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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 피해 줄이려면 이동경로부터 연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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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 피해 줄이려면 이동경로부터 연구해야

입력
2015.02.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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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북한산국립공원과 협력해 서식지·관리 방안 등 공동 조사

"생포 어렵고 위험해 연구 기피 대상… 40년 축산업 노하우로 공존 모색"

지난달 29일 북한산국립공원에서 포획된 길이 1㎙40㎝, 무게 110㎏, 2살 추정 암컷 야생 멧돼지가 위치추적기(GPS)를 달고 방사됐다. 이 멧돼지는 앞으로 북한산에 서식하며 이동경로 등의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이 자리에는 축산기업인 선진과 서울대 산림과학부,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 직원들이 참여했다. 그 동안 멧돼지 생태 관련 조사는 간헐적으로 있었지만 산학협력으로 본격적인 멧돼지 생태 연구에 들어간 것은 처음이다. 이를 가능하게 한 사람이 이범권(58) 선진 총괄사장이다.

이 사장이 멧돼지 생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3년 전 우연히 멧돼지가 주택가를 습격해 주민이 부상당했다는 기사를 접하고 나서다. 이 사장은 “멧돼지가 민가에 출몰하면 무조건 사냥총으로 포획하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축산기업으로서 40여년 간 쌓은 돼지 연구 노하우와 인프라를 바탕으로 멧돼지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역할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2년간 멧돼지 생태 관련 연구활동을 하는 전문가들을 무수히 만난 끝에 이성민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산림과학부 박사를 찾아냈다. 이 박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석사 과정부터 멧돼지 특성과 행동권 등을 연구해왔고, 정부 지원으로 한차례 멧돼지 생태 연구를 한 경험도 있었다.

이 사장은 “멧돼지는 흔한 야생종이지만 생포가 어렵고 위험한 동물이라 연구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멧돼지에 대한 구체적 생태 연구가 미미하기 때문에 정확한 대응방안도 찾기 힘들다”고 전했다.

이후 서울대,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와 함께 북한산 내 서식하는 멧돼지 생태, 관리 방안에 대한 공동조사를 시작해 올해 1월 GPS를 단 첫 번째 멧돼지를 방사하게 됐다. 1대 값만 550만원 정도로 비용이 많이 들어 이 사장의 전폭적 지원이 없었다면 성사되기 힘든 연구였다.

이 사장은 “멧돼지의 서식지 이용에 대해 신뢰성을 얻으려면 최소 7마리 이상의 자료를 모아야 될 것으로 본다”며 “GPS를 통해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추가 무선장비와 멧돼지 개체 수 모니터링을 위한 무인카메라 등 많은 비용과 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구비 지원 외에도 포획한 멧돼지의 혈액과 털, 분뇨 검사 등 멧돼지에 대한 유전적 검사와 연구를 자체 연구소에서 별도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 사장은 겨울철이면 서식지에 먹을 것이 떨어져 멧돼지가 주택가로 내려올 가능성이 큰데, 이는 멧돼지의 상위 포식자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독일의 경우 멧돼지 수가 급증하자 인가와 숲 사이에 완충지대를 조성해 별도 공간을 서식공간으로 제공한 뒤 멧돼지의 공격성이 약해졌다”며 “멧돼지 생태에 대한 연구를 통해 사람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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