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검찰은 지난주 홈플러스가 2011년부터 경품행사 명목으로 고객들에게 개인정보를 요구한 뒤 이 정보를 팔아 148억원을 챙겼다고 밝혔다. 별도로 홈플러스는 기존 고객의 정보 1,694만건도 보험사에 팔아 이익을 챙겼다.
지난해 초 발생한 농협ㆍKB국민ㆍ롯데카드 3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다른 점은 홈플러스가 ‘고의적’으로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는 점이다. 홈플러스는 회사 내에 별도로 개인정보 수집ㆍ판매 사업팀을 꾸렸다. 회사는 사업팀의 영업실적을 매주 평가했다. 고객의 개인정보를 얼마나 열심히 유출했는지 평가한 것이다. 수익을 위해 법을 어기는 기업범죄의 전형적인 예다.
개인정보유출 사건이 반복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개인정보를 수집ㆍ유출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그 행위가 적발될 경우 물어야 하는 비용보다 크기 때문이다. 수익과 비용에 민감한 기업은 예상 수익보다 비용이 큰 ‘밑지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은 부서는 구조조정 1순위다.
그동안 기업들은 개인정보를 유출해도 큰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다. 지난해 1억건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KB국민ㆍNH농협ㆍ롯데카드 3사 등은 과징금 5,000만원, 과태료 600만원 등의 비용의 부담하는 데 그쳤다. 제너시스BBQ 그룹은 개인정보 유출고객에 3,000원짜리 치킨 쿠폰으로 배상을 대신했다. 엔씨소프트가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고객에 배상한 총 금액은 310만원에 불과하다. 기업이 적극적으로 개인정보 유출에 대응하도록 사고 발생 시 지출 비용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주로 논의되는 것이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도입이다. 집단소송제는 기업이 개인정보를 유출한 경우 피해자 중 일부가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도 같이 배상을 받는 제도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실제 발생한 피해액보다 더 큰 액수를 배상금으로 지불하게 하는 제도다.
집단소송제가 필요한 이유는 명쾌하다. 개인정보 유출의 경우 소송을 통한 1인당 배상액이 10만~3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극히 일부만 소송에 참여한다. 소액의 배상을 받고자 수년 동안 소송에 신경을 쓰는 것은 사실 피곤한 일이다. 기업들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카드 3사 중 하나인 농협은 개인정보가 유출된 피해자의 1% 정도만 배상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했다. 나머지 99%는 10만원을 받기 위해 소송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집단소송제가 도입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1%가 이길 경우, 나머지 99%는 굳이 소송을 거치지 않아도 배상을 받을 수 있다. 농협 입장에서 지불해야 할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비용은 현재 예상치의 100배에 이르는 수천억원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적용되면 기업은 개인정보를 유출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실제 피해액보다 3배 이상 배상해야 한다면, 개인정보를 유출해서 수익을 챙겨봤자 회사가 문을 닫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1,694만건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홈플러스가 1인당 10만원씩 배상해야 한다면 총 5조82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 홈플러스의 1년 영업이익이 5,000억원 이하라는 점을 감안하면 5조원이 넘는 배상액은 회사의 존립을 위협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기업경영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반론이 나온다. 그러나 10년 전 도입된 증권집단소송법의 경우 남소 방지 장치 등으로 인해 그동안 10건 미만의 소송이 제기되는 데 그쳤고, 증권집단소송법으로 인해 기업경영이 어렵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또한 미국에서도 집단소송제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로 인해 파산까지 이르는 회사는 극소수다.
미국의 경우 부정한 방법으로 정부계약을 따낼 경우 손해액의 3배를 환수하는 부정청구금지법이 시행되고 있다. 성공적인 징벌적 손해배상제로 평가받고 있으며, 150년이 지난 현재 당시 대통령의 이름을 따 ‘링컨법’으로 불린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경제민주화 공약으로 집단소송제 도입 등을 약속했다. 약속이 지켜진다면, 150년 후 우리 국민들은 집단소송제 등에 관한 법을 ‘박근혜법’이라고 부를지 모른다.
허윤 법무법인 예율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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