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에노·조르징요·루카스… 잃어버린 반지, 팀 모두가 찾아 감동
프로축구 성남 FC의 히카르도 부에노(28), 조르징요(24), 루카스(21)는 서로에게 ‘참 운이 좋다’고 말한다. 세 사람 모두 낯선 이국 땅에서 뛰고 있지만 손짓, 눈빛, 언어가 통하는 브라질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나이 터울도 적당해 한국의 형ㆍ동생 문화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 9일 일본 구마모토 전지훈련 중 만난 세 사람은 한국에 입국한 지 한 달이 채 안됐는데도 바라만 봐도 웃음보가 터질 정도로 친해진 모습이었다. 특히 일주일 먼저 입국해 있던 맏형 히카르도는 “처음 혼자 있을 때는 정말 외로웠는데, 두 친구가 와서 안도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해외 리그가 처음인 루카스는 최근 한국의 ‘정(情)’에 대해 진한 감동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7일 구마모토 전지훈련장에서 훈련하던 중 손에 끼고 있던 가족 반지와 약혼 반지를 잃어버린 것. 루카스의 사정을 알게 된 코치와 선수들 서른 명이 다같이 숙소와 훈련장을 전부 뒤져 결국 반지를 모두 찾아냈다. 루카스는 “ 브라질에는 이런 문화가 없다. 만약 브라질 팀내에서 분실했다면 나 혼자 반지를 찾다가 결국 못 찾았을 것”이라며 “정말 감동 받았다”고 말했다.
익숙지 않은 한국 생활은 세 사람을 더욱 돈독하게 만들기도 한다. 루카스는 “한국에는 위 사람에게 깍듯이 해야 하는 문화가 있는데 자유로운 브라질 사람에게는 쉽지 않은 문화”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브라질 형제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묻는 질문에도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핫초코’라며 입을 모았다. 추운 한국 날씨 때문에 브라질에서는 외면했던 핫초코가 자양강장제 역할을 하고 있다. 루카스는 형제 세 명과 통역까지 챙겨 “핫초코 네 잔 주세요”라는 한국말을 아예 외워두고 있다. 조르징요는 “한국의 겨울기온이 너무 추워서 뜨거운 것이 자꾸 당긴다”며 웃었다.
하지만 축구 이야기에는 모두 브라질 특유의 유쾌함을 걷어내고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히카르도는 외국인 선수에게 맡겨진 해결사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조르징요는 공격형 미드필더이고 나와 루카스는 공격수다. 모두 득점을 해야 하는 포지션이기 때문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어 “외국인 선수에 대한 기대는 한국 리그에 뛰었던 동료 선수들에게 들어 익히 알고 있다”며 “우리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해 이해하고 있고, 그만큼 정신적으로 무장하고 한국에 왔다”고 설명했다. 지략가로 유명한 김학범 성남FC 감독에 대해서도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세세하게 지도해 배울 점이 많다”고 말했다.
루카스는 “브라질에서 왔기 때문에 브라질의 ‘조가 보니또’(브라질 특유의 아름다운 축구)를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면서도 “한국의 빠른 전술과 압박 축구 역시 배우고 적응해야 할 점”이라고 말했다.
구마모토=글ㆍ사진 이현주기자 mem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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