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동성이다. 보수지도 등돌렸다. 편승ㆍ영합으로 이력을 점철한 기회주의자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질까. 전망은 허무하다. 권력은 지성을 압도한다. 현 정부에 총리감은 필요 없다.
““이걸 알아야 돼. 칼이 펜보다 강한 거야. 세상에 어떻게 펜이 칼보다 강할 수 있어? 칼 쥔 놈들은 칼이 강하다고 말 안 해. 왜냐하면 본래 강하니까.” 신문기자 출신의 소설가 김훈의 잡지 인터뷰 내용이다. (…) 김훈의 경고가 죽비처럼 등짝을 내리친 건 이완구 총리 후보자(이하 경칭 생략)의 발언 때문이다. (…) “(방송사 간부에게) 저 패널부터 막아라고 했더니 지금 메모 즉시 넣었다며 빼더라.” “(언론사) 윗사람들하고 내가 말은 안 꺼내지만 다 관계가 있어요. 어이, 이 국장, 걔 안 돼. 해, 안 해? 야, 김 부장, 걔 안 돼. 지가 죽는 것도 몰라요. 어떻게 죽는지도 몰라.” 무서운 이야기다. 전화 한 통으로 보도를 빼거나(보도 통제), 언론사 간부를 통해 기자 하나쯤은 어떻게 죽는지도 모르게 죽일 수 있다(인사 개입)는 것이다. 역시 이 땅에는 칼이 펜보다 훨씬 강한 게 확실한 모양이다. (…)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그의 언론관이다. (…) 이완구의 발언은 취중 실언도 아니고, 평소 그의 생각이 튀어나온 게 아닐까. (…) 일단 청와대는 인사청문회를 강행할 모양이다. 새누리당은 “총력 지원”을 다짐했다. 하지만 이완구가 박근혜 대통령의 기준에 맞는지 의문이다. 대통령은 “어떻게 하면 국민을 잘살게 하느냐는 생각 외에는 다 번뇌”(50회 무역의 날)라고 했다. 이완구는 날마다 새로운 번뇌를 자꾸 얹고 있다. 연합뉴스는 재산·병역·논문표절 ‘3종 세트’에 ‘언론 외압’까지 돌출했다는 제목을 달았다. 대통령의 “어떤 촉새가 나불거려서”라는 잣대만 봐도 이완구의 가벼운 입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이완구가 국민 공감을 끌어낼 인적 쇄신에 어울리는 인물인지도 의문이다. (…) 청와대가 이완구 카드로 정면 돌파를 시도하는 게 무모한 도박처럼 비친다. 자칫 인사청문회에서 새누리당의 비박(非朴)이 야당에 가세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안대희ㆍ문창극에 이어 이완구까지 휘청대면서 청와대의 인사청문회 의지는 간절해 보인다. 하지만 털어서 먼지가 나와도 이완구는 너무 많이 나왔다. 국민의 인내를 시험하는 수준이다. 인터넷에는 “정홍원 총리의 유임을 축하한다” “이쯤 되면 다음 총리 후보자가 궁금해지고 기다려진다”는 비아냥으로 도배됐다. 이완구의 발언 파문은 악성 중의 악성이다.”
-한국에는 칼이 펜보다 강하다(중앙일보 ‘이철호의 시시각각’ㆍ논설실장) ☞ 전문 보기
“이완구 총리 후보자에게 쏟아지는 갖가지 의혹은 일단 제쳐 놓자. 그의 이력을 찬찬히 훑어보고 있노라면 남다른 생존과 적응능력이 느껴진다. 유신 시절 경제기획원 사무관에서 경찰 관리로, 민주화된 이후 지방경찰청장에서 국회의원으로, 여야 권력 교체가 시작된 이후 신한국당에서 자민련으로, 다시 한나라당으로 소속을 바꿔가면서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이적할 때마다 오히려 입지를 강화하는 수완을 보여줬다. 감탄할 만한 수완이지만 기분 좋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뭐라고 간단히 설명하기는 어렵다. 자기 이익을 집요하게 추구하고, 털끝만큼도 손해 보지 않은 사람이 승승장구하는 것을 지켜볼 때 느껴지는 불편함이라고나 할까. 그는 김영삼 정권에서 집권당인 신한국당 의원이 됐다. 김대중 정권에서는 자민련에 입당해 DJP(김대중+김종필)연합에 의해 다시 집권당의 일원이 됐다. DJP연합이 깨질 때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 노무현 집권기에는 야당이긴 했지만 충남도지사가 됐다. 박근혜 정권에서 다시 집권당인 새누리당 의원이 됐다. 그가 총리 후보로까지 낙점된 데는 세종시를 둘러싼 박근혜 대통령과의 협력이 결정적이다. (…) 세종시는 오로지 박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서는 성공이었는데 그 성공을 위한 충청권 파트너가 이 후보자였다. (…) 세종시가 없었다면 이완구도 박근혜도 현재의 자리에 없다. 지금 박 대통령이 필요로 하는 총리의 자질은 한 나라를 경세할 만한 식견도, 내각을 다잡는 리더십도 아니다. 식견은 자신의 식견으로도 충분하고, 장관은 대면(對面)도 없이 통솔한다고 자부하는 박 대통령이다. 그에게 절실한 것은 청와대 정무수석의 역할을 내각 차원에서 해줄 수 있는 정치기술이다. 박 대통령 자신에게는 물론 없고, 그의 비서실장에게도 없고, 또 새로 낙점할 후임 비서실장에게도 분명히 없을 그런 기술 말이다. 이 후보자는 오늘 시작되는 청문회에서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을 시도할 것이다. (…) 언론 보도통제 압력에 대해서는 불찰이었다고 사과하고 억대 연봉 차남의 건강보험료를 떼먹은 일은 미처 몰랐다고 하면서 뒤늦게 납부할 것이다. 부동산 투기 의혹은 지루한 공방으로 무슨 말인지 모르게 만들어버릴 것이다. 본인의 병역 기피 의혹이나 경기대 조교수 특혜채용 의혹은 오래전 일이라 의혹을 뒷받침할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완강히 부인하면서 버틸 것이다. (…) 유감스럽게도 이 후보자의 삶에서는 대의(大義)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순간은 거의 보이지 않고, 있는 기회는 모조리 활용해 자기 이익을 실현한 순간은 너무도 많이 눈에 띈다. 국민의 존경을 받을 총리감이 아니다.”
-이완구, 총리감 아니다(동아일보 기명 칼럼ㆍ송평인 논설위원) ☞ 전문 보기
* ‘칼럼으로 한국 읽기’ 전편(全篇)은 한국일보닷컴 ‘이슈/기획’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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