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304건… 낙찰가는 하향 추세
경기 침체로 경매 시장에 차량 매물이 쏟아지며 지난해 법원 차량 경매 건수가 사상 최대치로 치솟았다. 10일 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차량 경매 물건은 7,304건에 달해 사상 최대치였던 전년(5,376건)보다 36%가량 증가하며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2010년 3,017건, 2011년 3,514건, 2012년 3,682건 등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인 차량 경매는 2013년을 거쳐 지난해까지 갈수록 상승 곡선이 가팔라지고 있다. 특히 수입차 경매 물건도 지난해 1,064건에 달해 역대 최고를 나타냈다. 2010년 173건에 불과하던 수입차 경매 물건은 2011년 272건, 2012년 371건, 2013년 678건 등으로 늘고 있다.
차량이 법원 경매로 넘어가는 것은 대부분 자동차세, 보험료, 과태료 등 각종 세금을 체납하거나 매달 납부해야 하는 차량 할부금을 내지 못하는 경우라는 점에서 경매물건 증가는 경기침체와 무관치 않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경기가 웬만큼 어려워도 자동차가 법원 경매에 나오지는 경우는 드물었다”며 “그만큼 경기 상황이 심각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매에 나온 자동차의 평균 경매 가격은 약 1,500만원 선이었는데, 억대 수입차나 출고 된 지 몇 달 안 된 신차도 다수 포함돼 있다.
한편으로는 자동차 할부 금융 활성화로 목돈 없는 사람들이 분수에 넘치는 고가의 차를 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된 점도 차량 경매 급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 연구원은 “보통 월간 차량 경매 진행 건수가 500건을 넘기 힘든 상황에서 12월에는 경매 건수가 855건으로 치솟는 등 특히 지난해 하반기 차량 경매 물건이 크게 늘었다”며 “수입차 원금 유예 할부 등으로 산 차량이 원금을 갚지 못해 대거 경매 시장에 나왔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0년 본격적으로 도입된 원금 유예 할부는 수입 차량 구입시 차 값의 일부를 낸 후 이자와 원금 일부를 36개월 동안 납입하다 남은 차 값을 3년이 되는 시점에 한꺼번에 갚는 방식이다. 2013년부터 원금 상환 만기가 돌아오며 원금을 내지 못하는 수입차가 속속 경매 시장에 나오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경매 진행 건수는 급증했으나 평균 응찰자 수는 2010년 4.6명에서 지난해 4.8명으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치며 낙찰률과 낙찰가율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는 경매시장을 잘 살펴보면 좋은 차를 싼 값에 살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늘어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