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獨 정상회담서 의견차 확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9일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친 러시아 성향의 반군을 지원하는 러시아를 강도 높게 비판했으나 사태 해결의 구체 방안에 대해서는 시각 차를 확인했다. 경제제재 등 외교적 수단이 우선돼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방어용 무기를 지원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메르켈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메르켈 총리와 21세기에 유럽 국경이 총으로 다시 그어지도록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 “외교적 해법을 계속 모색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우크라이나에 방어용 살상무기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여러 옵션 가운데 하나”라고 덧붙였다. 다만 “무기 지원 여부는 메르켈 총리뿐 아니라 다른 동맹 정상들과도 논의할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메르켈 총리를 비롯한 유럽 정상들은 방어용 무기를 지원할 경우 자칫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으로 비화할 가능성 때문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영토주권을 침범했다”고 비난하면서도 “나는 군사적 해법을 모색하지 않는다고 항상 말해 왔다”고 강조했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미국과 유럽의 동맹은 변함없이 계속 이어지고 굳건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겨뒀다.
이와 관련, 외교가에선 현재 진행 중인 협상이 무산될 경우 독일 등 유럽이 미국의 무기 지원을 용인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러시아에 협상안 수용을 압박하기 위한 고도의 전술이라는 분석도 있다. 러시아 프랑스 독일 우크라이나 4개국 정상은 11일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우크라이나 평화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유럽연합(EU)은 이미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안을 마련했으나 4개국 정상회담 결과를 지켜본 뒤 시행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이밖에 이슬람 과격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대책, 이란 핵 협상, 기후변화, 아프가니스탄 문제도 논의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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